이 기사는 2025년 12월 05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상계엄 1년.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올 한해를 돌아보며 혼란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을 묻자 뜻밖의 답을 내놨다. 케이팝이었다. 계엄이 금융시장에 남긴 상상못할 기회비용과 치솟는 환율차트, 외국인 자금이탈 공포 속에서 정작 위안을 준 건 프랑스 파리에서 흘러나오던 한국어였다고.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의 자선단체 행사인 '노란동전 모으기' 콘서트에서 BTS 제이홉이 오프닝을 열고 GD와 로제, 태양이 무대에 오르자 프랑스 관객들이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가수들도, 나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정작 나라 걱정해야 할 분들은…" 이라며 말을 아꼈다.
혼란을 딛고 출범한 새 정부는 공직기관에 "태권브이처럼 일해 달라"고 주문했다. 로봇(공직기관)은 그대로지만 조종석(대통령)이 교체되면 그 의중에 맞게 한 몸처럼 움직여 달라는 주문이다.
작년 말 계엄사태에서 조종석은 사실상 공백이었다. 계엄령이 떨어진 12월 3일 밤 금융당국은 곧장 F4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토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열흘동안 일요일도 없이 마라톤 회의가 열렸던 터다. 대통령 의중을 금융시장에서 펼쳐야 할 금융당국 수장들은 조종석 공석 상태에서 혼란을 안정시키기 위해 뛰어 왔다.
새 조종석에 앉은 정부 주문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와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 미래를 책임질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민간을 끌어오기 위해 금융위는 은행 RWA 완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모험자본 의무화 같은 제도적 인센티브도 올려놨다. 내년도 4조6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국민성장펀드다.
시장에만 맡기면 자금이 흘러가지 않을 산업에 국가가 먼저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그간 수익논리로만 보면 조달이 어려웠던 기술개발과 초기 R&D 기업들이 대표적 투자대상이다. 케이팝이 프랑스 관객을 한국어로 노래하게 만든 것처럼 아직 빛을 못 본 기업들에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5대 금융지주도 80조에서 110조에 달하는 투자방안을 내놨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에 먼저 투자할 용기가 요구되는 요즘이다. 당국 관계자가 혼란 한가운데서 케이팝에 위안을 얻었다면 이제 시장은 정책에서 위안을 얻을 차례다. 정책이 신호를 보내고 시장이 화답하며 정부와 민간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선순환이 완성될 때 새 정부가 주문한 '태권브이처럼 일하는 공직사회'가 현실이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Policy Radar]홍콩 진출 금융사 주목…달라진 감독제도 한눈에
- [Policy Radar]카드사, 가맹점 모집 시 비대면 영업 허용된다
- [Policy Radar]당국, 은행권 '생산적 금융 KPI' 주문…전 조직 참여 '독려'
- [저축은행 성장 한계 돌파구]김희상표 경영혁신, 수익 다변화 키는 '투자·AI'
- MG캐피탈, 신규 CSS 구축 추진…현장 중심 심사정책 마련
- 농협개혁위원장에 정부 측근 이광범 변호사 선임
- [캐피탈사 손실 대응력 분석]우리금융캐피탈, 충당금 완비로 안정적 펀더멘털 형성
- [지방은행 뉴 리더십]이희수 제주은행장 2년차 "지역에 머무르되 갇히지 않겠다"
- [카드사 외국인 공략]신용평가의 벽…외국인 확대 최대 걸림돌
- [카드사 외국인 공략]성숙기 해법 골몰, 다음 승부처 '외국인'
김보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Policy Radar]홍콩 진출 금융사 주목…달라진 감독제도 한눈에
- [Policy Radar]카드사, 가맹점 모집 시 비대면 영업 허용된다
- [카드사 외국인 공략]신용평가의 벽…외국인 확대 최대 걸림돌
- [카드사 외국인 공략]성숙기 해법 골몰, 다음 승부처 '외국인'
- 현대카드, 15년 만의 김치본드 발행 나선 까닭
- [Policy Radar]금융권 SaaS 도입 빨라진다…CISO 책임 강화
- 하나캐피탈, 리테일·기업금융 분리…CCO 겸직 해제
- [롯데카드 차기 리더는]김덕환 유력론에도 인선 지연…당국·대주주 의사결정 공백
- [Policy Radar]금융사, AI 위험관리 체계 직접 갖춰야
- [우리금융 인사 풍향계]'현대카드 출신' IT까지 왔다…우리카드, 김광혁 상무 영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