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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브이처럼 일하라는 주문[thebell note]

김보겸 기자공개 2025-12-09 12:46:59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5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상계엄 1년.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올 한해를 돌아보며 혼란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을 묻자 뜻밖의 답을 내놨다. 케이팝이었다. 계엄이 금융시장에 남긴 상상못할 기회비용과 치솟는 환율차트, 외국인 자금이탈 공포 속에서 정작 위안을 준 건 프랑스 파리에서 흘러나오던 한국어였다고.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의 자선단체 행사인 '노란동전 모으기' 콘서트에서 BTS 제이홉이 오프닝을 열고 GD와 로제, 태양이 무대에 오르자 프랑스 관객들이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가수들도, 나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정작 나라 걱정해야 할 분들은…" 이라며 말을 아꼈다.

혼란을 딛고 출범한 새 정부는 공직기관에 "태권브이처럼 일해 달라"고 주문했다. 로봇(공직기관)은 그대로지만 조종석(대통령)이 교체되면 그 의중에 맞게 한 몸처럼 움직여 달라는 주문이다.

작년 말 계엄사태에서 조종석은 사실상 공백이었다. 계엄령이 떨어진 12월 3일 밤 금융당국은 곧장 F4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토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열흘동안 일요일도 없이 마라톤 회의가 열렸던 터다. 대통령 의중을 금융시장에서 펼쳐야 할 금융당국 수장들은 조종석 공석 상태에서 혼란을 안정시키기 위해 뛰어 왔다.

새 조종석에 앉은 정부 주문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와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 미래를 책임질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민간을 끌어오기 위해 금융위는 은행 RWA 완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모험자본 의무화 같은 제도적 인센티브도 올려놨다. 내년도 4조6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국민성장펀드다.

시장에만 맡기면 자금이 흘러가지 않을 산업에 국가가 먼저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그간 수익논리로만 보면 조달이 어려웠던 기술개발과 초기 R&D 기업들이 대표적 투자대상이다. 케이팝이 프랑스 관객을 한국어로 노래하게 만든 것처럼 아직 빛을 못 본 기업들에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5대 금융지주도 80조에서 110조에 달하는 투자방안을 내놨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에 먼저 투자할 용기가 요구되는 요즘이다. 당국 관계자가 혼란 한가운데서 케이팝에 위안을 얻었다면 이제 시장은 정책에서 위안을 얻을 차례다. 정책이 신호를 보내고 시장이 화답하며 정부와 민간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선순환이 완성될 때 새 정부가 주문한 '태권브이처럼 일하는 공직사회'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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