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문화재단의 진화] LG, '연암' 구인회 회장의 마지막 유산①3대 걸쳐 확립한 문화교육 철학, 구광모 회장부터 깨진 '총수 직접 경영'
서지민 기자공개 2025-12-11 11:07:33
[편집자주]
문화재단은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관과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다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각사 오너의 의지에 따라 공익사업 성격, 실행력, 재단 구조 등이 매우 다양한 스팩트럼으로 나타난다. 특히 과거 한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던 곳이 다수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인식 개선을 꾀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곳이 많다. 연간 공시를 토대로 주요 대기업 문화재단들의 현재 위상과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화 양상 등을 다방면에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5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69년 12월 27일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호 '연암'을 딴 LG연암문화재단이 설립됐다. 그리고 불과 나흘 뒤인 12월 31일 구인회 회장은 서울 종로구 원서동 자택에서 6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창업주의 마지막 유산인 LG연암문화재단은 그룹 최초의 공익재단으로 LG그룹 사회공헌 활동의 출발점이 됐다. 구광모 회장이 재단 이사장직을 맡지 않으면서 총수 경영 체제는 3대로 끝이 났지만 오너 일가의 의중으로 움직이는 LG연암문화재단의 공익사업은 올해로 56년째 이어지고 있다.
◇1969년 설립된 연암문화재단…LG그룹 첫 공익재단
고 구 회장은 자가용 대신 직원들과 함께 합승 버스를 타고 점심 때면 작은 국밥집을 찾는 근검절약 정신의 오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특유의 소탈함을 통해 축적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방안을 고민해왔다.
가족들과 사회공헌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고 구자경 회장이 재단을 설립해 농촌지도자를 양성하고 싶다고 말하자 구인회 회장이 "공업으로 나라를 일으키는 마당에 그 방면의 교수나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도 시급한 게 아이가?"라고 충고한 일화도 전해진다.
구 회장이 뇌관종양 진단을 받은 직후인 1969년 9월경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남기기 위한 재단 설립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에 재단의 설립 계획서와 함께 허가원을 제출했고 1969년 12월 구인회 회장의 아호를 딴 연암문화재단이 정식 설립됐다.
1931년 '구인회 상점'으로 시작해 가업을 일군 지 38년 만에 사회환원을 본격화한 시점이었다. LG연암학원, LG복지재단, LG상남언론재단 등으로 확장된 LG그룹 공익사업의 근간이 된 순간이기도 하다.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구 회장은 재단의 첫 번째 사업을 지켜보지 못했다. 재단 설립 불과 나흘 뒤인 12월 31일 0시 15분 투병 중이던 뇌종양으로 타계했다. 사업보국이라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직접 설계한 문화재단이 그의 마지막 유산으로 남게 된 셈이다.
◇'구자경-구본무'로 이어진 연암 철학…2018년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구 회장을 이어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구자경 명예회장은 부친의 뜻을 가장 오래 지켜온 인물이다. 그는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뒤에도 재단 이사장직만큼은 고수하며 1970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44년간 연암문화재단 경영을 직접 챙겼다.
구 명예회장은 기업가가 되기 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만큼 인재육성에 특히 깊은 관심을 보였다. 연암문화재단은 1970년 대학생 장학금 및 연구비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해외연구교수 지원 사업, 교육기관 지원 사업 등 교육 방면에서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쳤다.
특히 1989년 국내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해외연구 교수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구 명예회장은 연암해외연구교수 증서수여식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교수들을 일일이 격려했을 만큼 이 사업에 애착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1996년에는 건축가 고 김수근씨가 설계한 자신의 서울 종로구 원서동 사저를 기증해 자신의 호를 딴 LG상남도서관을 개관했다. 2000년에는 문화예술 창작과 교류를 통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취지 아래 LG아트센터를 건립했다.
2015년 연암문화재단 3대 이사장으로 구 명예회장의 장남 고 구본무 회장이 취임했다. 구본무 회장은 타계 직전까지 이사장직을 지키며 부친이 기틀을 잡은 공익 사업 운영을 이어갔다.
2018년 5월 구 회장이 타계한 후 그룹 지휘봉을 잡은 구광모 회장이 연암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지 않으면서 반세기 동안 유지됐던 총수의 재단 경영 체제가 깨졌다. 구 회장이 갑작스럽게 승계를 맞이한 만큼 그룹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영향이다.
올해로 7년째 전문경영인이 재단을 이끌고 있지만 3대 총수가 49년간 직접 재단을 이끌며 확립한 운영 기조는 물론 유지 중이다. LG문화재단은 오너가의 뜻을 이어 LG그룹 사회공헌 활동의 뿌리 역할을 지속해주고 있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대표는 상당기간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직접 이사장을 맡지는 않았지만 선대회장이 우리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설립한 공익재단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속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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