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임원 인사]하이닉스, 글로벌 톱티어·그룹 중심 키포인트 '신설 MRC'메모리 1위 도약·그룹 핵심 부상 상황 반영…최태원 회장, 지정학 '지대한 관심'
김경태 기자공개 2025-12-10 07:11:24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9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주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과정에서 발표한 '매크로 리서치 센터(MRC·Macro Research Center)' 신설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우선 MRC가 맡을 분야가 반도체산업을 넘어선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MRC 신설이 최근 그룹의 싱크탱크가 처한 상황과 대비된 영향도 있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SK텔레콤 휘하에 있다가 수펙스로 이동했고 인력 감축이 추진됐다. 그만큼 SK하이닉스의 위상 확대를 보여주는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관심사를 보여준다.
◇글로벌 톱티어 걸맞게…SK하이닉스, 거시 경제·산업 분석 자체 역량 확보 나서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주 4일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MRC를 신설하기로 했다. 사측에 따르면 MRC는 앞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과 지정학 이슈를 심층 분석한다. 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전략 설루션을 제시할 계획이다.
MRC가 맡은 업무는 기존의 연구소는 물론 새롭게 탄생한 연구조직과는 차별화된다. SK하이닉스 내에는 미래기술연구원이라는 조직이 있다. 이곳은 차세대 기술을 만드는 연구개발(R&D)을 담당한다. 또 이번에 신설된 글로벌AI리서치센터, 글로벌인프라조직, 인텔리전스 허브는 기술 개발·빅테크 협력·생산체계 경쟁력 강화 등을 담당한다.

SK하이닉스가 국제정치 역학구도까지 다룰 수밖에 없는 사내 연구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이슈 분석을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국제정치 질서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은 기업 중 하나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할 당시에 중국 다롄 공장을 품기도 했다. 그런데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 현지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급격한 위상 변화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지정학 이슈는 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업계에서 만년 2~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주도권을 기반으로 작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메모리업체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다.
또 구글이 텐서처리장치(TPU)를 내세워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메모리반도체업체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전체 반도체업계 차원에서 봐도 톱티어 기업으로 당당히 진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MRC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운영된다. 한국 본사에서 확고하게 컨트롤하면서 긴밀하게 소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RC센터장을 맡은 전문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사측은 "글로벌 거시경제부터 개별 산업, 기업 분석에 정통한 전문가를 영입해 미래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MRC의 수장으로 중량감 있는 인사가 영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룹 연구소 별개 독자 역량 강화 주목…최태원 회장, 상당한 식견·관심
SK하이닉스가 그룹과는 별개로 사내에 MRC를 만든 것도 주목받는 지점이다. MRC가 맡은 글로벌 경영 환경·지정학 이슈 분석 등의 임무는 재계에서는 통상 그룹의 경제연구소가 담당하거나 해당 기업의 전략·기획 부서에서 맡는다.
SK그룹 역시 SK경영경제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미래산업·경제 등을 분석하면서 그룹 경영 관점의 전략 진단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다만 최근에는 어수선한 분위기로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싱크탱크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당초 SK텔레콤(SKT) 산하에 독립연구기관으로 있었다. 올초부터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최근 수펙스 휘하로 이동했고 인력 재배치·감축도 추진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지정학을 분석할 수 있는 독자적인 역량 구축에 나선 것은 그만큼 그룹 내에서도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최다 승진자 배출은 물론 임원들이 그룹 계열사 대표를 비롯한 요직으로 이동했다.
최 회장이 글로벌 지정학 이슈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보유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에 신뢰를 보내면서도 직접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2019년 9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SK하이닉스 지사에서 열린 'SK의 밤(SK Night)' 행사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20년 간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다. 이렇게까지 지정학이 비즈니스를 흔들어 본 적이 없다"라며 "지정학적 위기가 30년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단시일에 끝날 것 같지 않으니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최근에는 한일 경제협력 등 거시적인 구상에 대한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올 여름에는 유명 정치학자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7월 16일 김지윤 박사가 운영하는 '김지윤의 지식 PLAY'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보호무역주의, 한일 경제협력 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시장이 쪼개지고 있기에 자신이 참여할 시장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타겟팅해야 한다"라며 "현지에 회사를 세우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네트워크를 고안해 비즈니스 관계를 쌓아가는 게 훨씬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는 줄고 노인 세대는 많아지고 일할 인구가 줄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라며 "거대한 슈퍼파워 국가들은 계속 우릴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는데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여태까지 쓰지 않았던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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