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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의료기기에 드리운 바이오 '오리지널' 강박증

이기욱 기자공개 2025-12-12 09:07:45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1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오리지널'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블록버스터 약물 하나에 기업 전체 실적이 좌우된다. 자체 신약만이 이룰 수 있는 높은 수익성과 특허로 보장되는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할 때 신약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다.

특히 특정 질병에 대해 새로운 작용 기전을 제시하는 'First-in-class' 신약은 인류 보건에 기여한다는 무형적 가치까지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약·바이오 시장은 여러 산업군 중에서도 유독 오리지널 제품에 보다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후발주자들에 대한 저평가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나마 질병 치료제는 기존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 복용 편의성 등을 개선한 제품에 '개량신약'이라는 이름을 붙여 새로운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기기 분야에는 이러한 재평가의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일례로 최근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하는 다원메닥스는 국내 최초로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 의료기기를 개발한 성과를 창출했지만 엇갈린 시장 평가를 받고 있다. 단 1회 시술로 뇌종양과 두경부암 등 난치성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는 '중성자 치료' 기술을 국내에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의문 부호가 뒤따른다.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글로벌 혁신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 스미토모중공업이 2020년 세계 최초로 BNCT 의료기기를 출시해 오리지널 제품의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다원메닥스는 동일 기술을 고도화해 임상 1상 단계에서 우수한 데이터를 입증했다. 실제 치료에 사용되는 '열외중성자'의 비율을 경쟁제품 대비 23%포인트 높은 92%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하고 대형 의료기기 시장을 개척한다는 상징성도 있지만 후발주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애플은 10여년 전 아이폰을 통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대중화를 이끈 기업은 삼성이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애플에 버금가는, 때로는 능가하는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는다. 한국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패스트 팔로워 효과다.

모든 기업이 최초가 될 수는 없다. 혁신이 반드시 최초를 기록한 기업의 전유물인 것도 아니다. 특히 의료기기와 같은 제조업 기반 사업에서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강한 효율을 발휘한다. 오리지널, 최초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야지만 기업의 진짜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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