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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프로세스' 공개 꺼리는 신평사들 [thebell note]

임정수 기자공개 2014-07-15 09:23:41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1일 07: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등급 쇼핑과 등급 인플레는 신용평가 업계에서 이뤄지는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이다. 신평사들이 소위 '밥줄'인 기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기 신용도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원하는 기업의 요구를 암암리에 들어주면서 나타난 결과다. 금융감독 당국의 신평사 검사시기와 맞물려 이뤄진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수 많은 기업의 신용등급이 추풍낙엽처럼 줄줄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그 동안 불공정 관행이 얼마나 만연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결과를 토대로 잘못의 원인을 꼽자면 수도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아닐까 싶다. 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거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불공정 관행이 쉽게 이뤄지도록 만들어져 있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의 과거 신용등급 결정 절차를 보면 문제의 원인이 좀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담당 애널리스트가 신용평가 방법론을 적용해 신용등급을 정하면, 같은 부서 소속 애널리스트 중심으로 구성된 평정위원회가 의결을 거쳐 신용등급을 결정했다. 평정위원 5명 중 3명이 같은 부서 소속인데다 다른 평가사처럼 만장일치가 아닌 3분의 2 찬성으로 신용등급을 결정해 왔다.

절차가 이렇다 보니 신용등급의 대부분은 실무 담당자 위주로 구성된 평정위 단계에서 결정돼 왔다. 100개의 신용등급 중 고작 3개 정도만 확대평정위원회로 회부돼 최종 등급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견제 장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과 접촉점에 있는 평가 담당 부서 구성원 중심으로 이뤄진 평정위가 대부분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다 보니, 불공정 관행이 어렵지 않게 행해질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도 검사 과정에서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기평은 금감원의 지적에 떠밀려 지난 6월 의사결정 절차를 수정했다. 평정위 내부에 견제 장치를 보완하고, 만장일치로 등급을 결정하기로 했다. 한 명의 이견이라도 발생하면 확대평정위로 회부되도록 했다. 또 확대평정위 내부의 견제장치도 강화했다.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절차에 대한 투명성에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신용평가 3사가 모두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지적으로 불공정 관행을 유발할 만한 절차를 변경했다고 하지만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 시장에서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의사결정 과정이 언론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상당히 꺼리는 분위기다. 꼭 지키고 싶은 최후의 보루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신평사들이 문제 기업의 신용등급을 공격적으로 조정하면서 무너진 신뢰를 조금씩 회복해 가고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 결정의 핵심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하하고 의사결정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공론화해 수정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또 다시 불신의 씨앗이 자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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