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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공격적 M&A' 부작용은 없을까 KT렌탈·WDF·러 복합몰 등 인수 추진… 재무악화·신용등급 하락 우려

장지현 기자/ 정호창 기자공개 2015-03-02 06:35:00

이 기사는 2015년 02월 26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최근 공격적인 M&A 행보에 나선 가운데 후유증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이 자신이 제시한 '비전2018'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가속 폐달을 밟다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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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재계 및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KT렌탈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그룹을 선정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수전에서 1차 본입찰까지는 다른 후보들보다 낮은 입찰가를 제시해 인수경쟁에서 한 발 뒤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2차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제시해 우선협상자 지위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KT렌탈 인수가격으로 1조 500억 원 정도의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렌탈이 매물로 나왔을 때 M&A시장에서 예상한 적정 가치가 6000억~7000억 원 수준이었고, 1차 본입찰 최고가격이 9000억 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이 당초 시장 예상치보다 60%, 본입찰 경쟁 후보들보다 10% 이상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셈이다.

이는 '거화취실(去華就實)', 즉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추구한다'는 롯데그룹의 70년 경영철학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롯데는 그동안 다양한 인수전에 나서 M&A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란 평가를 받아왔지만, 한편에선 여전히 '짠돌이'란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롯데그룹의 M&A 행보는 세간의 이런 평가를 한번에 날려버릴 만큼 공격적이다. 롯데그룹은 KT렌탈을 인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 세계 6위 면세점 업체인 이탈리아 월드듀티프리(WDF)와 러시아 복합쇼핑몰 아트리움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DF는 인수규모 3조~4조 원의 대형 매물이며, 아트리움 역시 인수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게 M&A업계의 관측이다.

만약 롯데가 이들 모두를 인수하는데 성공한다면 총 5조 원가량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이 밝힌 올 투자비 7조 5000억 원의 절반 이상을 M&A에 사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롯데의 이런 공격적 M&A 행보에 대해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M&A시장에서 '인수 성공' 뒤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경고다.

당장 인수 성공의 9부 능선을 넘은 KT렌탈에 대한 '고가 인수' 논란이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적정 가치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에 샀다는 지적과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KT렌탈 인수전에서 탈락한 SK네트웍스에 대해 '승자의 저주'를 피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방식으로 롯데그룹의 고가 인수를 우회 지적하고 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에 대해 "KT렌탈 입찰가액이 작년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23.2배에 달한다는 점과 인수 이후 KT그룹의 내부 거래 매출 감소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나친 프리미엄 지불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렸다.

신용평가사 역시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4일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자금 분담에서 롯데쇼핑의 역할이 상당할 경우 신용등급에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기존 사업과 KT렌탈의 연계를 통해 인수가격 이상의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통, 금융, 관광서비스 등 롯데의 사업부문과의 연계를 통해 KT렌탈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KT렌탈의 영업망에 롯데의 유통망이 결합한다면 단기 렌탈·셰어링 서비스에 대한 영업 확대 및 가동률 개선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의 분석은 조금 다르다. 롯데그룹과 KT렌탈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긴 하겠지만 고가 인수 논란을 불식시킬 만큼 큰 성공을 거둘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M&A 역량이 높은 강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인수를 잘하는 것과 인수기업을 잘 성장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성과 보수에 인색한 롯데그룹 특유의 기업문화 때문에 인수한 기업과의 PMI(인수후 통합) 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아 좋은 기업을 인수하고도 제대로 성과를 못 낸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 2012년 말 전자제품 유통업계 1위 기업인 하이마트를 1조 2480억 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아직까지 좋은 성과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3조7543억 원, 영업이익 1444억 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19.3%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최근 4년간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하이마트 인수 당시 롯데마트 등 그룹의 유통망과 연계해 큰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롯데마트에 숍인숍 매장을 79개 이상 늘렸지만 매출 증가폭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지난해 매출 증가 규모는 2352억 원으로 숍인숍 매장을 24개 늘렸던 2013년 매출 증가폭(2980억 원)보다 오히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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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인수와 공격적 M&A 전략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자금 경색과 재무구조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무디스 경고대로 현재 'Baa2'인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하락한다면 조달 금리가 올라가게 돼 그룹의 전반적인 금융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자금 운용에 있어 큰 부담요인이 되며, 부채비율 상승 등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그룹의 M&A 활동이 활발해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28.4%를 기록해, 지난 2009년 대비 39.2%포인트 높아진 상황이다. 앞으로 KT렌탈 인수를 마무리 짓고, WDF와 러시아 아트리움 인수까지 성공하게 될 경우 부채비율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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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이 최근 공격적 M&A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재계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이 비전 2018 달성을 위해 일단 빠른 시간 내에 외형을 확장할 수 있는 M&A를 무리해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9년 발표된 롯데그룹의 '비전 2018'은 2018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돌파하고 아시아 톱 10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형과의 승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후 자신의 입지를 더 확고히 하기 위해 '비전2018' 달성에 매진하고 있는 것 깉다"며 "롯데그룹의 기업문화와 달리 최근 너무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려가는 듯한 모양새라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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