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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극심한 공모기피..단기조달 '급증' 기업어음 '1조 클럽' 가입…주주공개 트라우마, 일본 채권시장 기웃

황철 기자공개 2015-03-31 09:28:11

이 기사는 2015년 03월 27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가 단기자금시장에서 폭발적인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기업어음 잔액만 1조 원을 넘어서 처음으로 'CP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부터 국내 자본시장에서 극심한 공모 조달 기피증을 드러내 왔다.

사모사채로만 장기 자금 마련에 나섰고 올해 들어서는 기업어음을 주된 조달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공모채 발행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체 불명의 일본 주주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 받은 이후 차입전략을 장단기 사모 중심으로 전환한 것.

기업어음의 폭발적 증가는 차입구조 단기화라는 후유증을 남긴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서 투자수요가 상당해 장기 조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단기상환부담 확대에 따른 신용도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

◇현금 과부족, 사모채 이어 기업어음까지

현재 호텔롯데의 기업어음 잔액은 1조 540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민간 대기업 중 CP 1조 클럽에 들어간 곳은 호텔롯데 외에 현대삼호중공업, KT, 대우조선해양 등 단 네 곳 뿐이다.

호텔롯데가 1조 원 이상의 미상환 잔액을 보유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과거에도 기업어음 활용도가 높았지만 이 정도로 조달을 늘린 적은 없었다. 미상환 물량은 모두 2월 이후 발행한 것으로 만기는 4일~3개월까지 다양하다.

최근 들어서는 매 영업일 만기 일주일도 되지 않는 초단기물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차입금 증가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현금을 대부분 소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9월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146억 원에 불과했다. 2011년말 4039억 원에서 불과 2년여만에 거의 바닥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 때문에 단기자금수지에 대응할 여력이 떨어졌다. 이를 초단기 기업어음으로 메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롯데

호텔롯데는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서 대규모 투자 부담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 그룹 차원의 복합단지건설이나 계열사 지분취득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국내 사업 확장과 해외 호텔업 진출 등 투자수요가 크게 늘었다.

대규모 자금 부담을 해결 위해서는 장기 공모채 발행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2013년 이후 단 한번도 공모채 발행에 나서지 않았다. 당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주주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 받은 이후 트라우마 수준의 기피증을 보이고 있다.

2013년 마지막 발행 때, 최대주주인 일본 소재 롯데홀딩스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는 선에서 정정공시를 마무리했지만 호텔롯데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정이었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가 19.2%의 지분을 들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주주의 정체는 사실상 알려진 게 거의 없다.

80% 가량의 지분은 영문 'L'로 시작하는 투자회사들이 들고 있다. L1~L11까지 넘버링이 붙어 있고 지분율은 3.3~15.7%까지 다양하다. 'L'로 시작하는 회사의 뒤에는 롯데홀딩스와 신격호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롯데의 중심 연결 고리에 있는 호텔롯데는 그룹의 가장 민감한 정보가 모여 있는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공모채 사실상 중단, 일본 채권시장 이전

결국 호텔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까지 사모채로만 장기 조달을 집행했다. 최근 일본 신용평가회사 JCR로부터 신용등급을 받는 등 해외 조달로 선회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수요가 한정적인 국내 사모채 시장에서 자금수요에 원활히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의 이같은 행보로 볼 때 국내에서는 사모채와 기업어음으로 장단기 자금 수요에 대처하고, 사무라이본드 등 해외 차입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을 둘러싼 모든 이슈의 열쇠가 국내에서는 호텔롯데에 집중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롯데 계열에 주주정보 공개를 유독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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