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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루브리컨츠 지분 활용법...처음부터 '투트랙' IPO실익 고려해 M&A도 사전 준비…상장 주관사·거래소 당혹

민경문 기자공개 2015-06-15 10:30:43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2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SK루브리컨츠 지분의 활용 방안으로 처음부터 기업공개(IPO)와 경영권 매각을 동시에 검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양쪽을 저울질하다가 거래 소요 시일이 짧고 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인수합병(M&A)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지표로도 해석하고 있다.

거래 관계자는 12일 "SK이노베이션이 그 동안 SK루브리컨츠 지분 100%에 대한 IPO 와 M&A, 프리IPO(상장 전 지분유치)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작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실적 면에서는 당분간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SK루브리컨츠 지분에 전적으로 기대야 했던 SK이노베이션이었다. 국제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최초로 검토한 것은 SK루브리컨츠 IPO였다. 2012년 실적 추락으로 상장이 무산되긴 했지만 윤활유 부분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왔던 만큼 경영권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3월 전격적으로 기존 대표 주관사(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를 소집해 상장 작업을 재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영업이익은 4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086억 원으로 1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96억 원으로 21% 감소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윤활유 가격 하락과 판매 마진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지만 2012년 당시 예상 밸류에이션(5조 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모회사의 차입금 감축이 어렵다보니 자회사 상장 카드를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써야 했다는 지적이 시장 안팎으로 흘러 나왔다. 당초 7월 목표였던 상장 시기를 3분기로 늦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차선책으로 분류됐던 경영권 매각 방안이 탄력을 받은 것도 이 때부터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 입장에서는 당장 IPO를 진행하더라도 상장일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은 부담이었다. 여기에 SK루브리컨츠의 예상 시가총액이 3조 원이라고 해도 투자자 모집을 고려하면 30% 이상의 구주매출은 쉽지 않았을 수 있다. 결국 IPO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기껏해야 1조 원이라는 얘기다.

SK이노베이션이 MBK파트너스와 합의한 SK루브리컨츠 거래안은 별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루브리컨츠 지분을 SPC가 넘겨받는 대신 MBK파트너스의 펀드자금과 인수금융 등을 더해 2조 5000억 원 가량의 현금이 SK이노베이션에 유입되는 구조다. SK이노베이션은 재출자 금액(약 2500억원)을 빼더라도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을 위해 국내 은행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해 놨다는 점에서도 M&A작업이 올해 초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는 점을 방증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MBK파트너스와의 SK루브리컨츠 매각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기존 IPO작업을 병행해 나갔다. 지난달 14일에는 거래소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M&A 본계약 체결까지의 돌발 변수를 고려하면 거래 성사를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IPO카드를 계속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MBK파트너스를 대리해 인수 자문을 맡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제외하고, SK루브리컨츠 IPO주관사단 가운데 이번 M&A거래를 사전에 인지한 곳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2일 상장위원회를 열고 SK루브리컨츠의 상장적격성 여부를 최종 심사하려했던 거래소도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개선이 최우선 목표였던 SK그룹 입장에서는 이 같은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결국 IPO만을 기대하고 실무 작업을 진행해온 주관사와 거래소 그리고 공모 투자자들만 허탈해진 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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