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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견제, '알파칩' 사업 좌초 [삼성전자 프로세서 개발 20년사]②DEC 프로세서 사업부 인텔 피인수 후 쇠락… 삼성 시스템LSI, 암흑기 진입

정호창 기자공개 2015-12-30 11:39:42

[편집자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업계 맹주로 우뚝 선 삼성전자가 종합 반도체 기업 도약을 위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선지 올해로 꼭 20년째다.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한 발씩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 20년간 걸어온 도전과 좌절, 성공의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8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미국 디지털이큅먼트(DEC,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의 연합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500MHz와 1GHz 프로세서를 연달아 개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고, 글로벌 마이크로프로세서 업계의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했다. 시장 일각에서 삼성전자와 DEC 연합이 반도체 업계 최강자인 인텔과도 맞설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좋은 일 뒤에는 항상 궂은 일이 따르는 게 세상 이치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삼성전자-DEC 연합 앞에 곧 대형 암초가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DEC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CPU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1GHz 프로세서 개발을 완료한 후 몇 달 뒤인 1998년 2월 DEC는 미국 대형 컴퓨터 업체인 컴팩에 전격 인수된다. 컴팩은 DEC를 인수하며 자사 서버에 알파칩을 탑재하기로 결정했기에 이 인수합병(M&A)은 삼성전자와 DEC의 프로세서 사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호재와 악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삼성전자와 DEC 연합의 행보로 심기가 불편해진 인텔이 발빠른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인텔
인텔이 내놓은 카드는 인수합병(M&A)이었다. 인텔은 컴팩이 DEC를 인수하자 곧바로 알파칩 사업부를 고가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그리고 이 같은 제안 뒤에 비장의 한 수를 덧붙이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인텔은 컴팩이 알파칩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을 경우 향후 자사 프로세서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당시 DEC가 개발한 알파칩은 프로세서 연산 속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으나 RISC(압축명령어방식) 제품으로 서버 등에 사용되는 중대형 컴퓨터 시장을 타깃으로 했고, 일반 PC 시장은 CISC(복합명령어방식) 제품인 인텔의 프로세서가 완벽히 장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인텔의 프로세서 공급 중단은 사실상 PC시장 철수를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글로벌 컴퓨터 업계 3위로 PC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던 컴팩으로서는 인텔의 제안을 거부할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결국 인텔의 뜻대로 DEC 프로세서 사업부의 주인은 컴팩에서 인텔로 변경됐다. 인텔은 M&A에 성공하자마자 DEC 프로세서 사업부를 사내 스타트업 조직인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부로 이전해 주력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

DEC의 알파칩 프로젝트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삼성전자 역시 극히 일부 제품만을 생산하는 것을 끝으로 알파칩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야심차게 출발했던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본부가 2000년 이후 긴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 시발점이었다.

DEC의 알파칩은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부로 흡수된 후 2006년까지 '스트롱암(StrongARM)' 브랜드로 생산돼 PDA 등에 탑재됐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당시만 해도 PDA가 일부 얼리어답터들만이 사용하는 니치마켓 제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이후 스트롱암(StrongARM)을 '엑스스케일(XScale)' 브랜드로 바꾼 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벨(Marvell)에 매각했다.

DEC_StrongARM
인텔 StrongARM 프로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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