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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파트너 애플, 동반자에서 적으로 [삼성전자 프로세서 개발 20년사]③아이폰 AP 파운드리 수주로 부진 탈출… 특허 분쟁으로 재위기 직면

정호창 기자공개 2016-01-04 08:38:40

[편집자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업계 맹주로 우뚝 선 삼성전자가 종합 반도체 기업 도약을 위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선지 올해로 꼭 20년째다.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한 발씩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 20년간 걸어온 도전과 좌절, 성공의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30일 16: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텔의 견제로 야심차게 추진해 오던 '알파칩 프로젝트'가 좌초된 후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긴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6년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매출 부진에 고전해야만 했다.

인텔이 모바일 사업에 큰 공을 들이지 않은 탓에 글로벌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발전도 더뎠다. 인텔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손에 넣은 DEC의 알파칩 기술을 기반으로 '스트롱암(StrongARM)' 프로세서를 개발해 PDA에 탑재하는 등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 개화에 일조하긴 했으나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당시 PDA와 핸드헬드 PC 등의 사용자가 매우 제한적이었기에 인텔은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인텔은 모바일 프로세서 브랜드를 스트롱암(StrongARM)에서 '엑스스케일(XScale)'로 바꾼 뒤 2006년 해당 사업을 마벨(Marvell)에 매각했다. 시장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자원을 배분하기보단 주력인 x86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게 당시 인텔이 내린 전략적 판단이었다.

마벨에 넘어간 XScale 사업은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 Research In Motion)이 출시한 '블랙베리'에 탑재되면서 빛을 보게 된다. 블랙베리가 2004년 이후 미국 시장에 급속히 보급되면서 스마트폰 대중화의 포문이 열리게 됐고 제자리 걸음을 하던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은 일대 변혁기를 맞게 된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도 이 무렵이다. 블랙베리의 대성공을 눈여겨 본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2006년 삼성전자에 프로세서 개발을 의뢰한 것이다.

애플은 아이팟 나노를 출시하며 저장장치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메모리 반도체로 바꿔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최대 고객에 올라 있었다. 삼성전자는 DEC와의 알파칩 기술 제휴를 통해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2007년 90나노 공정의 APL0098 칩을 개발해 애플에 공급했고 이는 2007년 출시된 아이폰 첫 제품에 탑재됐다.

크기변환_삼성 개발 애플칩
삼성전자가 제작한 초기 아이폰 프로세서

삼성전자가 제작한 프로세서에 만족감을 나타낸 애플은 후속 프로세서 생산도 모두 삼성전자에 맡겼다. 삼성전자는 65나노 공정의 APL0278, APL0298 칩을 아이팟 나노와 아이폰 3GS에 공급했고, 이후 45나노를 거쳐 32나노 HKMG 공정까지 애플의 A4, A5, A5X, A6, A6X 프로세서 생산을 책임졌다.

애플의 아이폰은 대성공을 거뒀고 글로벌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의 흐름을 스마트폰 중심으로 단숨에 돌려놨다. 이 같은 애플의 성공 덕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실적도 수직상승했다. 2006년까지 2조 원 수준에 그쳤던 시스템LSI사업부 매출액은 2007년 3조 원, 2008년 4조 원을 돌파했고 2012년에는 13조 원을 넘어섰다. 수익 역시 크게 늘어 2009년 400억 원대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2012년에는 1조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섰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만 약 18조 원을 투자했다. 당시 시스템반도체 매출의 약 2배에 달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던 메모리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 규모가 21.5조 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건 기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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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공교롭게도 제동을 건 상대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게 해줬던 애플이었다.

종합 가전업체로서 반도체 사업 뿐 아니라 휴대폰 완제품 사업까지 영위하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며 직접 경쟁에 나서자 애플이 글로벌 특허 소송을 통해 견제에 나선 것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2010년 갤럭시S를 출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자 2011년 4월 미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에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의 견제에 삼성전자 역시 소송으로 맞섰으며 두 회사의 갈등은 결국 글로벌 소송전으로 발전했다. 양사의 파트너십은 급속히 약화됐고 거래관계 역시 빠르게 단절 수순을 밟았다. 애플은 28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는 A7 프로세서부터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를 대만의 TSMC로 바꿨다.

이 같은 애플과의 갈등은 삼성전자에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애플 AP 생산을 통해 거둬들이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데다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한 후유증까지 겹친 탓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2014년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1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지 불과 2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손을 맞잡고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달렸던 든든한 파트너가 일순간 가장 강력하고 두려운 적으로 변모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인연을 설명할 때 '애증의 관계'라는 표현이 절대 빠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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