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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재단, 순환출자 해소 '히든카드' 제3의 백기사 대신 공공성 명분 강조한 듯

민경문 기자공개 2016-02-26 10:23:07

이 기사는 2016년 02월 25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이슈가 제재 시한을 1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극적으로 해결됐다.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재단의 삼성물산 지분 인수 그리고 블록딜이라는 세 가지 전략을 조합해 만든 결과다. 특히 '백기사'로 제3의 회사가 아닌 삼성그룹의 공익재단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SDI로부터 삼성물산 지분 20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 공익재단도 삼성물산 지분 3000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주당 거래 가격은 25일 종가(15만 3000원)를 반영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재단이 삼성물산의 순환출자 해소 지분 2.6%(500만 주) 가운데 1.5% 이상을 떠안은 셈이다.

그 동안 삼성 측은 3월 1일 시한인 공정위 제재를 피하기 위해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2.6%의 처분 방안을 고민해 왔다. 단순 블록딜 뿐만 아니라 외부 백기사 유치, 토탈리턴스왑(TRS) 방식의 매각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성공으로 3000억 원의 여유자금이 생긴 이 부회장의 참여 여부도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3000억 원으로는 해당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백기사로 제3의 회사를 끌어들이는 것도 삼성물산이 그룹 지배구조상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과거 KCC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였다가 손실을 입은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3개 이상 계열사가 엮이는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는 피할 수 있지만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물산'라는 상호출자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추가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의사결정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의 경우 지난해 5월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번에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한 것도 이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제3의 회사나 다른 계열사가 거래에 참여하는 것보다 삼성문화재단이 나서는 것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명분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은 그 동안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고 삼성생명 지분 2.18%를 보유중이었다.

삼성재단은 그룹 지배구조 유지에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 공익재단 외에 삼성문화재단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을 0.6%와 4.68%씩 갖고 있다. 삼성복지재단 역시 삼성SDI(0.24%), 삼성화재(0.36%)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1%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을 포함한 30대 그룹 공익재단들이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은 5조 원 (상장사 기준)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공익재단이 창업주 일가의 상속세 회피나 지배구조 강화에 활용되고 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삼성그룹 역시 삼성생명 공익재단을 끌어들여 블록딜 물량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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