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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사임당' 투자 못한 벤처캐피탈, 이유는 드라마 제작환경 변화···사전제작 위한 외자유치 증가

김나영 기자공개 2016-04-12 08:10: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0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드라마 100% 사전제작이 다시금 문화콘텐츠업계의 신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태양의 후예', '시그널' 등 웰메이드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이 방아쇠가 됐다. 반면 문화콘텐츠 전문 벤처캐피탈들의 사전제작 드라마 투자 참여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7일 문화콘텐츠업계와 벤처캐피탈업계 등에 따르면 연말 방영을 앞둔 '사임당, 더 허스토리(이하 사임당)'에 투자한 국내 벤처캐피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임당 제작사인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이하 그룹에이트)는 지난해 홍콩 엠퍼러그룹 자회사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EEK)의 투자 외에는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웬만한 영화 제작비보다 비싼 드라마를 100% 사전제작하려면 제작사는 어딘가에서 투자를 받아야만 한다. 사임당과 같이 무려 225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에도 국내 벤처캐피탈들이 파고들 틈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룹에이트에 따르면 사임당의 제작비는 회당 평균 7억 5000만 원으로 30회 기준 총 225억 원에 달한다. 이는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화제가 됐던 태양의 후예(130억 원)와 시그널(70억 원) 제작비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보통 공중파 드라마의 총 제작비가 3억~4억 원선인 것과 비교하면 체감지수는 더욱 올라간다. 한 편당 제작비가 일반 드라마 총 제작비보다 2배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사임당의 배경상 정통 사극으로 진행되고 이영애, 송승헌 등 흥행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제작비가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사전제작 드라마들의 투자금 조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본의 국내 드라마 투자참여가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다. 사임당 제작에 참여한 홍콩 엠퍼러그룹은 현지에서 10대 기업으로 꼽히는 대기업이다. 미디어 쪽으로는 영화 투자·배급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성룡 소속사로도 유명하다. 사임당의 중국 판권 판매에 있어서도 엠퍼러그룹이 지휘권을 손에 쥐고 주요 딜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영향력을 가진 해외자본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굳이 다른 국내 투자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작사들의 판단이다. 그룹에이트의 경우 EEK와 맺은 100억 원의 투자협약 외에 125억 원이 더 필요했다. 그럼에도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는 대신 해외판권 판매와 간접광고(PPL), 그리고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기업대출을 일부 받는 쪽을 택했다. PPL의 경우 방영시기가 늦춰지면서 계약변경과 파기가 일어나고 있으나 제작비를 채우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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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유로 사전제작을 택한 제작사들은 방송사들의 제작비 지원도 점점 고사하고 있다. 그룹에이트의 경우에도 해외자본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뒤 이를 토대로 제작하고 방송사인 SBS에는 방영권만 넘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방송사들은 기존처럼 작품에 대한 모든 저작권을 쥘 수 없게 되면서 수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방송사들은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저작권을 모두 가지며 수익의 대부분을 독식해왔다.

사실 문화콘텐츠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전제작을 흥행의 참패요인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올해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을 기점으로 판도가 바뀐 모습이다. 근본적으로는 사전제작을 해야만 중국 현지 심의를 통과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방영을 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제작환경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 향후 중국 시장을 겨냥한 국내 드라마가 점점 늘어나면서 해외자본을 유치한 사전제작도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국내 드라마의 중국 등 해외진출이 당연시되면서 사전제작을 위해 해외 미디어자본으로부터의 투자유치가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풍속도가 자리잡으면 국내 문화콘텐츠 전문 투자사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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