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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미, 제미니투자 '적대적 M&A' 먹튀 논란 경영참여 선언 한 달만에 2배 매각 차익

박제언 기자공개 2016-04-22 08:14:14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0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제미니투자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던 기업이 단 한 달만에 2배의 매각 차익을 남겼다. 적대적 M&A라는 이슈로 주가를 부양해 매각 차익을 노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정작 금융당국에서는 이를 감독할 규정이 없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식회사 고구미는 지난 12일 보유 중인 제미니투자 주식 대부분인 168만 1117주(지분율 8.93%)를 매각했다. 매각 후 회수한 돈은 31억 7900만 원정도다. 제미니투자가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한 임시주주총회일(4월 14일) 보다 이틀 전에 지분을 장내에서 팔았다.

고구미는 지난달 15일 제미니투자에 경영참여를 위해 투자했다고 공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적대적 M&A를 선언한 것이다. 총 5.61%(137만 231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948.7원이었다. 이후 고구미는 총 39명의 개인투자자를 특수관계자로 묶으며 지분율을 12.34%(301만 2831주)까지 올렸다.

이 과정에서 제미니투자는 960원대 주가가 장중 최고 2400원대까지 급등했다. 적대적 M&A라는 이슈가 불거진 회사 주식을 매입해 차익을 거두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달려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고구미가 적대적 M&A 선언 한 달 만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는 점이다. 매각 차익은 15억 7600만 원으로 나타났다. 공시 상으로 확인되는 투자금액은 16억 300만 원이다. 한 달만에 2배의 매각 차익을 남겼다.

M&A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적대적 M&A 자체가 불가능했는데도 이슈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고구미가 등장하기 한 달 전인 지난 2월 초 손영호 제미니투자 전 회장은 제미니투자를 '더리미티드제1호투자조합'에 매각했다. 매각 과정에는 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있었다. 제미니투자 인수자측이 제미니투자의 신주를 추가로 인수하는 구조였다. 제미니투자 인수자측은 손 전 회장 지분 14.58%(355만 8295주)를 인수하는데다 추가 지분 확보가 가능했다. 이 때문에 제미니투자에 대한 적대적 M&A를 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고구미는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기획 및 제작회사다. 고유철 대표와 강명구 대표 등 두 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돼 있다.

고구미 관계자는 "주식과 관련해서는 부천 사무실이 아니라 서울 사무실에 있는 고유철 대표측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유철 고구미 대표는 "주식은 내가 하지 않았다"며 "주식을 하는 팀은 따로 있고 나는 어떤 식으로 사고 팔았는지 잘 모른다"고 발을 뺐다. 고 대표는 이어 "제미니투자에 대한 적대적 M&A 준비는 다른 계좌 등을 통해 작년 8월 400원대일 때부터 했다"고도 말했다. 공시로 밝혀진 금액보다 더 큰 매각 차익을 남겼을 가능성을 남긴 발언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딱히 적대적 M&A와 관련된 주식 매각 제한 규정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적대적 M&A 이슈를 만든 후 단기간에 차익을 남겨도 공시만 제대로 하면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로선 관련 규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시장감시부에서 불공정 거래 사실이 있는지 들여다 볼 만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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