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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바텍, 삼성전자·블랙베리 물량 잃고 고전 [Company Watch]1분기 매출 '반토막', 영업적자 전환… 연간 전망도 부정적

정호창 기자공개 2016-06-02 08:29:33

이 기사는 2016년 06월 01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T기기용 금속부품 제조업체인 KH바텍이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와 블랙베리의 수주 물량 감소로 실적 부진에 고전 중이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고객 다변화와 생산기지 이전, 구조조정 등의 대안 모색에 나섰지만 당분간 보릿고개가 이어질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KH바텍은 지난 1분기 1042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1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에 비해 매출은 55.6% 줄었고, 영업이익은 116.4% 감소했다.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역시 크게 줄어 57억 원 가량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실적(165억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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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바텍의 경영실적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주거래선인 삼성전자와 블랙베리의 수주 감소로 스마트폰 내·외장재 납품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KH바텍은 알루미늄 등 금속소재를 정밀가공해 LCD브라켓 등의 내장재와 스마트폰 외관을 감싸는 메탈 케이스를 생산해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금속소재 가공 기술 중 특히 다이캐스팅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이름이 높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2014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외관에 메탈 소재 사용을 시작하면서 KH바텍이 대표적인 수혜 업체로 지목됐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갤럭시A 시리즈부터 메탈 케이스를 본격 채용하면서 KH바텍의 수주량과 매출도 큰 증가세를 나타냈다. 증권업계 등에선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고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이 KT바텍의 2015년 매출 규모가 1조 원을 상회할 것이란 분석들을 앞다퉈 내놨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모델에 다이캐스팅 공법의 메탈케이스를 사용했으나,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 등 플래그십 제품에는 후면 마감소재로 글라스(glass)를 사용하고 옆면에만 메탈 소재를 적용했다. 측면 메탈 소재도 다이캐스팅 방식이 아닌 CNC 방식으로 제작된 부품을 사용했다. CNC 방식의 금속가공 부품은 제조시간과 원가가 높지만 심미적 효과가 더 뛰어나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다이캐스팅 방식 부품은 KH바텍 등 협력사를 통해 공급받고, CNC 방식 부품은 베트남 사업장에 설비를 구축해 자체 제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경쟁사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아온 플래그십 제품의 디자인과 외관 마감 수준을 높여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갤럭시S6 출시 후 디자인과 제품 마감도 평가에서 호평이 쏟아졌고, 이에 고무된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갤럭시S7까지 디자인과 외관 제조방식을 유지했다. 또 플래그십 제품 뿐 아니라 중저가 모델에까지 디자인과 글라스 소재 적용을 확대했다.

그 결과 KH바텍은 삼성전자의 수주 물량을 대거 잃게 됐다. 갤럭시A 시리즈 신모델의 디자인이 후면 글라스에 측면 CNC 메탈 부품을 적용하는 형태로 변경되면서 A시리즈 납품 참여가 어렵게 됐고, LCD 브라켓 등 내장 부품 물량 상당수는 베트남에 진출한 경쟁 협력사들에게 넘어갔다. KH바텍은 갤럭시J 시리즈 등 삼성전자의 저가 모델 정도에만 다이캐스팅 메탈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KH바텍의 올 1분기 다이캐스팅 설비 가동율은 22%로 지난해 39%보다 크게 낮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 비중이 높은 고객사인 캐나다의 블랙베리가 스마트폰 사업에 고전하며 올 1분기부터 발주량을 크게 줄였다. KH바텍 매출액 중 블랙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만 하더라도 40%에 달했으나 현재는 그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H바텍이 직면한 어려운 경영환경과 실적 부진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수주와 실적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돼 대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H바텍은 경상북도 구미공장에 위치한 다이캐스팅 설비 일부를 중국 사업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H바텍은 중국 천진과 혜주에 생산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의 거래를 늘려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일부 설비의 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사업장 임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KH바텍 관계자는 "설비가 이전되면 현재 인력을 유지하기가 어렵기에 일부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구체적인 인력 감축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KH바텍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다양한 원가절감책과 함께 기술 개발로 넘을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위기 상황을 기술력으로 극복해 왔다"며 "신공법 개발을 통해 거래처를 다변화하고 수주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등에서는 KH바텍이 개발에 성공한 ADC(Anodizable Die-Casting) 공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ADC 공법은 CNC에 비해 원가가 30~40% 가량 낮고 생산성이 높으면서도 아노다이징 표면 처리를 통해 CNC와 유사한 심미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술로 알려졌다. 갈수록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원가 절감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KH바텍의 ADC 부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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