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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일렉트로의 도전을 응원한다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16-06-30 08:14: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8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름 잡는 강자들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독점 사업자이며,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OLED 패널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와 부품은 대부분 선진국들에게 의존한다. 증착장비와 섀도마스크가 대표적이다. 증착장비는 일본 캐논의 자회사 도키(Tokki)가, 섀도마스크는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OLED패널은 증착장비를 통해 패널 기판에 RGB(레드,그린,블루) 형광체 유기물질을 진공 증착시켜 만들어진다. 섀도마스크는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는 얇은 전자판으로 유기물들이 선택한 영역에만 증착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소모성 부품이다. 미술작품 판화의 도안으로 보면 된다.

부품 공급이 특정 일본 업체에만 몰리니 수급 불균형으로 이들은 ‘알짜' 장사를 하고 있다. DNP의 경우 연간 섀도마스크 매출이 2500억~3000억 원 수준이며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LG가 잘나간다고는 하지만 실은 수익의 많은 부분을 외국 업체가 떼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섀도마스크 시장에 새 사업자가 등장하며 일본 업체의 독점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웨이브일렉트로'라는 국내 중소 IT업체다. 웨이브일렉트로가 개발하고 있는 섀도마스크는 전주도금(electroforming)방식이라는 고난이도 기술을 접목해 DNP 제품의 성능을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웨이브일렉트로는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며 최근에서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개발을 주도한 것은 이 회사 오너인 박천석 대표다. 통신장비 사업을 하던 박 대표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6년 전인 2010년 엠비스텐실즈라는 회사를 인수해 섀도마스크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박 대표가 전주도금 방식의 섀도마스크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주력 수요자였던 삼성디스플레이는 관심도 없었다고 한다.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업체들도 DNP의 아성을 뛰어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경험도 없는 중소기업의 도전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보였을 것이다. 때문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실망하지 않고 되레 뚝심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비 지출 탓에 통신장비사업으로 잘 나갔던 회사는 6년 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차례 자사주까지 팔며 투자금을 충당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QHD(2560x1440)용 섀도마스크 개발에 성공하고, 최근엔 UHD(3840x2160)나 VR용 고화질 제품에도 도전해 일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태도도 바뀌었다고 한다. 회사는 함구하고 있지만 자금지원이나 공급계약을 위해 웨이브일렉트로와 협상 중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LG디스플레이 등 경쟁사들이 웨이브일렉트로를 넘볼까봐 경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웨이브일렉트로가 성공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상용화를 위한 양산기술까지 확보해야 완벽해 진다.

그럼에도 웨이브일레트로의 사례는 국내 IT업계에 경종을 울릴 만하다. 수년 전부터 지속된 IT경기 침체로 대다수 기업들은 하던 사업도 접으며 ‘안정'을 추구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웨이브일렉트로는 적자경영을 감수하면서까지 선발주자의 기술력을 뛰어 넘으려 도전했고,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의 도전이라 의미가 더 크다.

웨이브일렉트로의 오랜 노력이 충분한 보상으로 이어져 국내 IT업계에 자신감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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