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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 '공장증설' 위기일까 기회일까 보유현금 34억 불과 차입 불가피…부채비율 230% 4대 상장사 중 '톱'

이경주 기자공개 2016-08-16 08:40: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1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업체인 BH(비에이치)가 애플용 FPCB 수주를 위해 공장증설을 단행할 경우 재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BH는 수년 째 지속되고 있는 차입금 증가와 올해부터 시작된 영업적자로 부채비율이 230%에 이르고 있다. FPCB시장 공급과잉으로 업체들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쟁사에 비해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BH가 적잖은 투자를 요하는 공장증설을 단행할 경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BH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BH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총계 2422억 원, 자본총계 1056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229.5%다. 지난해 말 208.6%에 비해 1분기 만에 20.9%포인트가 상승했다. BH는 지난해에도 부채비율이 전년(159.7%)에 비해 48.9% 상승한 바 있다.

BH재무지표

부채비율이 2년 째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차입금이 계속해서 불어났기 때문이다. BH 총 차입금(단기+장기차입금)은 2014년 말 1202억 원에서 지난해 말 1604억 원, 올해 1분기 말 1685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영업이익까지 적자전환을 하며 재무상태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BH는 올해 1분기 매출 1105억 원, 영업손실 18억 원, 당기순손실 1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3%나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손실은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며 이익잉여금도 지난해 말 84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말 825억 원으로 줄었으며, 이에 같은 기간 자본총계도 1075억 원에서 1055억 원으로 줄어 부채비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수익성악화는 FPCB시장 공급과잉에 따른 판가하락이 원인으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실제 BH는 영업이익이 2013년 314억 원, 2014년 190억, 지난해 94억 원으로 해마다 줄어들다 올해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올해 2분기에도 BH가 11억 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수익성악화로 인한 재무상태 악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bh실적

BH는 주요 FPCB 상장업체들 가운데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업계 1위인 인터플렉스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103.1%며, 2위 대덕GDS와 5위 영풍전자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각각 15.7%, 28.2%로 필요이상으로 낮다.

업체들의 재무상태는 금융권이 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수년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FPCB 공급과잉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지난해부터 주요 은행들은 원금회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FPCB업체들에 대한 신규대출을 동결하거나 조건을 까다롭게 부여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올해 FPCB업체인 플렉스컴과 세일전자는 대출연장에 실패해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업계는 플렉스컴 등의 퇴출에도 여전히 FPCB시장이 포화상태라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업체들은 또 다른 경쟁사가 퇴출될 때까지 재무적인 체력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업계가 BH의 공장증설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BH는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이 34억 원에 불과해 공장증설에 드는 비용을 차입확대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고, 추가적인 부채비율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은 올해 초 대규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최근 이 패널에 필요한 디스플레이용 FPCB 공급업체를 인터플렉스, 일본 니폰멕트론, BH 등 3개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물량 비중은 인터플렉스가 70%, 니폰멕트론 20%, BH가 10%다. BH는 현재 공장을 풀가동하는 등 생산능력이 부족해 소규모 수주에 그쳤다. 그런데 최근 니폰멕트론이 수익성 문제로 수주를 포기하면서 BH는 이 회사가 맡은 물량을 이전받기 위해 애플에 공장증설 의지를 내비치며 구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공장증설이 애플 수주량 확대로 이어진다는 보장만 있다면 수익과 재무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수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난이도가 높은 리지드 플렉서블(Rigid Flexible) 방식의 FPCB를 주문하고 있는데 BH는 이 제품 양산이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BH는 삼성디스플레이향 디스플레이용 FPCB가 주력 품목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더블 사이드 제품이다. 공장증설을 한다 해도 적정 수율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는 애플과 BH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니폰멕트론이 수주를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는 니폰멕트론 물량이 리지드 플렉서블 양산이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삼성전기로 이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 FPCB 공급과잉이 일부 해소될 수 있는 상황에서, BH가 공장증설에 나서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플렉스는 현재 공장가동률이 50%에 불과해 애플 물량을 소화하면서 가동률을 높이게 되면 경쟁사 입장에서는 단가경쟁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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