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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의 무모한 도전 '리디북스' [벤처 창업 스토리]콘텐츠시장 변화 감지해 창업 선택···e북 시장 선점

김동희 기자공개 2017-02-16 08:26:58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3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돌이켜 보면 아찔한 결정이었다. 넉넉한 투자금은 커녕 구체적인 사업아이템 조차 없었다. 초기 자본금으론 변변한 사무실 하나 마련하기 버거울 정도였다.

친구이자 동료 2명과 의기투합하기는 했지만 주위는 온통 불안요소 뿐이었다. 엎친데 덮친 겪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리먼브라더스발 금융위기까지 덮쳤다.

우려의 시선은 더욱 커졌다. 국내 대표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를 왜 뛰쳐나왔느냐는 질책도 서슴지 않았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일까 아니면 남들이 보지 못한 기회를 포착했던 것일까.

지금의 리디북스를 만든 배기식 대표는 삼성전자 내에서 상당히 생소한 벤처투자팀에 근무했다. 관계사인 삼성벤처투자나 국내 벤처캐피탈의 유한책임투자자(LP) 역할을 하는 곳이다. 배 대표는 자연스럽게 국내 벤처캐피탈 심사역들과 친분을 쌓았고 경제 환경변화와 산업 트렌드 변화를 미리 살펴보게 됐다.

특히 삼성벤처투자의 미국법인과 협업을 진행하면서는 인터넷환경이 모바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배 대표의 머릿속에 창업이라는 두 글자가 아른 거리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고민은 점점 더 깊어졌고 2008년 3월 그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사업아이템은 여전히 막연했지만 창업의 절박함과 사업에 온전히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창업초기 여러 사업분야의 문을 두들겼다. 모바일 환경에서 콘텐츠 시장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느 분야일지는 100% 확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웹툰 사업과 더불어 전자책서점 사업(현재의 리디북스)도 테스트했다.

배 대표의 선택은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했다. 당시 네이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웹툰 분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포기했다. 대신 전자책 서점은 한번 경쟁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의 진출이 더디고 저작권 해결만 되면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어 창업벤처기업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작가들의 작품을 디지털화하는 일은 방대했지만 경쟁업체가 많지 않았다. 2009년 1월부터 콘텐츠를 모았고 11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미국의 아이폰 열풍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리디북스가 초기 전자책 시장을 선점하는 밑거름이 됐다. 당시 컴퓨터에서 볼 수 있었던 텍스트파일의 전자책은 유통되고 있었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 등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거의 없어 리디북스가 빠르게 선도할 수 있었다.

출판사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전자책 사업은 급성장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성장속도는 의외로 더뎠다. 작가나 출판사의 저작권 문제가 불거져 발목을 잡았다. 텍스트파일의 전달부터 변환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만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두 번이나 바꿔야 했다.

약 1년을 시스템 개발과 저작권 관리에 투자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도 커졌다. 사업 초기부터 매출이 발생했지만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자본금 8000만 원으로 시작한 리디북스는 사업초기 5억 원 가량의 엔젤투자를 받았지만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했다.

배 대표는 2010년부터 직접 벤처캐피탈을 상대로 투자설명회(IR)를 다녔다. 벤처캐피탈들은 과거의 인연으로 투자를 검토하긴 했으나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만 더 지켜보자며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다행히 미래에셋벤처투자가 25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투자파트너스 등 다른 벤처캐피탈도 하나 둘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은 정상궤도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현재 리디북스는 매년 60~70%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2300억 원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로 2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퀀텀점프를 노리고 있다. 이미 리디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웹소설 분야에 새롭게 진출했으며 웹툰시장 진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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