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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1897년 부채표'를 마케팅하다 [thebell note]

이윤재 기자공개 2017-06-01 08:17:01

이 기사는 2017년 05월 31일 07:5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선했다. 지난 주말에 열린 '정동야행'에서 동화약품이 차린 부스를 방문했을 때다. 일제강점기 시절 동화약방의 사무실 한켠이 그대로 재현돼 있었다. 그 자리에는 수백억 원대 판매고를 자랑하는 후시딘, 잇치 등 간판 제품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 남자가 동화약방이 활명수를 팔아 독립운동 자금을 댔던 스토리를 연신 설명했다. 창업 스토리를 들은 관람객들은 사무실내 재현된 소파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기회가 제공됐다. 대기행렬이 길어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 중에서는 "부채표가 1897년에 만들어졌을 정도로 오래됐어?"라는 말들도 나왔다.

사실 유명 축제에 가면 제약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열린 서울 모터쇼에서 동아쏘시오는 이른바 대세 비타민드링크로 불리는 '오로나민' 약 5만 병 이상을 무료 제공했다. 대웅제약도 벌써 몇년 째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참여해 '이지듀' 등 간판 제품을 알려왔다. 유명 축제는 자사의 간판 제품을 홍보하는 최적의 수단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제약사들이 제품 알리기에 주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간판 제품이 사람들 머리에만 박히게 된다면 꾸준한 판매가 보장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랜드 마케팅 대상도 회사가 아닌 제품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회사가 언급되는 건 경쟁 약품이 많을 때 'XX가 만들면 다릅니다' 정도 뿐이다.

동화약품의 이번 기획은 업계에서도 회자되기 충분했다. 만만찮은 대금을 지불해가며 참여한 축제에서 간판 제품은 배제한 채 회사 자체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대부분 제약사들이 벌여왔던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뒤바꿔 버린 것이다. 첫날 부스를 찾은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도 "심포지엄에서도 동화약방을 콘셉트로 꾸며 (대내외에) 알리는 것도 괜찮겠다"고 감상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동화약품은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 그 자체다. 동화약방이 처음으로 개설된 시점과 국내 제약산업 역사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창업 120주년을 맞이한 동화약품은 이제 간판 제품 위주 마케팅에서 벗어나 회사 자체에 스토리를 입혀 브랜딩하기에 나섰다. 동화약품의 시도가 제약업계에 어떤 파도를 일으킬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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