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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치킨게임 피했다' [도시바M&A]폭스콘 인수 불발…시장 판도 불변 전망

이경주 기자공개 2017-06-22 08:35:57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1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삼성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최악의 시나리오로 거론됐던 중국 자본으로의 피인수를 피했다. 더불어 '한·미·일 연합' 메인 주체 대다수가 SI(전략적투자자)가 아닌 수익성을 중시하는 FI(재무적투자자)이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의 경쟁 강도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외신은 21일 도시바가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와 미국 베인캐피털, 한국 SK하이닉스 등이 결성한 한·미·일 연합을 도시바 반도체 부문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컨소시엄은 인수가를 총 2조 1000억 엔(약 2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중 약 3조 원을 융자형태로 투자해 지분 15% 정도를 확보했다.

낸드플래시 시장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애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도시바보다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는데다 인수 시 각국의 독점 심사 규제에 걸릴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업계 2위 인수전이라 삼성전자도 주목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올해 1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6.7%, 도시바 17.2%, 웨스턴디지털 15.5%, SK하이닉스 11.4%, 마이크론 11.1%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는 중국 자본의 인수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혔다. 인수전에 참여한 중국업체는 홍하이그룹의 폭스콘이다. 폭스콘은 세계 최대 주문제작생산 업체로 애플과 소니, 닌텐도 등이 주요 고객사다. 폭스콘은 반도체 고객사인 애플과 아마존까지 컨소시엄에 끌어들여 경쟁력을 강화했다.

폭스콘이 도시바를 인수하게 될 경우 조립과 부품제조의 수직계열화로 원가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의 컨소시엄 참여로 아이폰에 도시바 반도체 채택 비중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용 낸드플래시 주요 공급사다. 무엇보다 폭스콘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키울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삼성전자 입장에선 가장 큰 부담이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이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국책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며 "폭스콘 뿐 아니라 중국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 기존 사업자들이 중국 자본 인수를 가장 꺼렸다"고 말했다.

폭스콘 컨소시엄은 지난달 19일 2차 입찰에서 30조 원에 달하는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내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 우려를 보이며 중국 자본으로 피인수를 거부했다.

증권사 연구원은 "폭스콘이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현금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경색되기 때문에 그 틈을 노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 치킨 게임을 유도해 폭스콘이 자리잡을 여지를 없앨 가능성이 제기됐었다"며 "하지만 폭스콘 낙마로 삼성전자는 현상 유지만으로도 높은 수익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자가 된 것도 오히려 기존보다 상황을 좋게 만들었다. 단기 이익을 중시하는 투자기관이 연합의 메인 주체이기 때문이다. 일본 외신 등에 따르면 연합엔 INCJ, 베인케피털, SK하이닉스 외에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등이 참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투자기관이다. 때문에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에 인수될 경우 과감한 선행투자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산업은 주기(싸이클)가 있다. 일정 시점이 되면 제품 업그레이드를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현재는 2D낸드플레시에서 3D로 전환되는 시점이고 관련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경쟁에 앞서기 위해선 이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경쟁사보다 2~3년 기술력에서 앞서기 위해 과감히 선행투자를 단행하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경재사들이 최근 3세대 48단 3D낸드 양산을 본격화하고 있을 때 4세대 64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하고 있다.

업계 2위 도시바가 삼성전자를 앞서거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대규모 투자비 지출이 불가피 하다. 하지만 자금회수가 목적인 투자기관 입장에서는 이익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이를 감수할 이유가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존 보다 경쟁강도가 줄어드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SK하이닉스보다 오히려 삼성전자에 좋은 딜이라고 평가한다"며 "삼성전자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중국 홍하이 시장 진입을 피했고, 도시바 메모리 사업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뀌는 수혜를 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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