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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아이리버와 프로듀서 박정호 thebell desk

김일문 차장공개 2017-08-08 08:18:17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조업체 가운데 '레인콤(현 아이리버)'만한 회사가 또 있을까. 음악의 향유 방식이 CD플레이어나 카세트테이프에서 MP3플레이어로 넘어가던 2000년대 초반, 내놓는 제품마다 연달아 히트시키며 업계에 주목을 받았던 레인콤. 자본금 3억 원으로 출발한 이 조그만 회사는 젊은 층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사세가 날로 번창했다.

화려한 증시 입성도 당연지사.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은 주당 10만 원을 호가하는 코스닥 대장주로 불리며 시가총액 수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실적 발표 때마다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승승장구하던 레인콤은 예기치 못한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레인콤의 단꿈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애플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국산 MP3플레이어 대표주자였던 레인콤은 세련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애플의 '아이팟'에 밀려 점차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갔다.

강렬했던 첫인상을 남기고 사그라졌던 레인콤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 것은 지난 2007년 대주주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를 맞이하면서부터다. 2009년에는 현재의 이름인 아이리버로 사명을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서기도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품 다각화라는 명목 아래 OEM 방식으로 휴대폰을 비롯해 IT 주변 기기까지 영역을 넓혔으나 역시 실패했다.

SK텔레콤이 아이리버의 새 주인이 되면서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 듯 했지만 사정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흘러간 반짝 가수가 얼떨결에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 천덕꾸러기가 된 격이었다. 대기업 계열사로 시너지는 고사하고, 철저히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아이리버는 수년간 연습생 만큼이나 서러운 눈물을 삼켜야했다.

그랬던 아이리버가 또다시 무대 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연출자는 박정호 사장이다. 회사에서 오랜 기간 존재감이 없었던 아이리버를 되살리기 위해 박 사장이 직접 나섰다.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피를 섞어 혼수상태에 빠진 아이리버를 다시 일으키려 하고 있다.

영욕의 세월을 거친 아이리버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이번 SM그룹과의 포괄적 사업 제휴 과정에서 아이리버를 되살리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잊혀진 가수가 돼버린 아이리버가 과거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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