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05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의 헤지펀드에 투자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에서 헤지펀드 운용사가 자사 운용역이 독립해 만든 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을 지원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철학을 확산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이날 300억원을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의 헤지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해당 자금은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의 4개 펀드인 △ 빌리언폴드 Billion Beat-EH △ 빌리언폴드 Billion Beat-RV △ 빌리언폴드 Billion Beat-ED △ 빌리언폴드 Billion Beat-MS 에 골고루 분산된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투자금액 중 상당수를 펀드 오브 헤지펀즈(fund of hedge funds) 형태로 투자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모든 헤지펀드에서 자금집행이 이뤄진다. 이밖에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고유재산을 통해서도 투자하기로 했다.

<자료 = 금융투자업계>

지난달 말 기준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3108억 원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투자자 제한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투자규모를 검토해왔다. 금융당국은 헤지펀드 운용시 재간접형태로 다른 펀드가 들어올 때, 헤지펀드 자산의 10% 미만이면 49인 투자자 제한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더스퀘어투자자문이 전신이다. 지난해 5월 한화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출신인 김대현 대표이사를 영입한 뒤 빌리언폴드투자자문으로 바꿨다. 이후 10월 안형진 대표이사 영입을 계기로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이 됐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스타매니저인 안 대표를 영입하면서 출범 초기부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안 대표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서 헤지펀드 운용을 해온 핵심인력 중 하나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이 지난해 12월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지 1달 반만에 3000억원 이상을 모은건 안 대표의 명성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헤지펀드 운용사가 고유재산을 통해 다른 회사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다. 하지만 타임폴리오자산운용처럼 자사 운용역이 독립해 만든 회사에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 운용역이 회사를 차리면 라이벌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이 같은 결정에는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의 평소 철학이 반영됐다. 황 대표는 평소에도 운용역들의 독립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황성환 사단'이 업계에 견고하게 뿌리내려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철학이 널리 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에도 시딩투자, 운용교류 등 여러가지 지원 방안을 검토해왔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의 모습을 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다른 회사와 달리 6개월 단위로 결산을 진행한다. 펀드운용 과정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밖에 운용 총괄과 경영 총괄을 분리한 것도 특징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관계자는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이 우리회사를 벤치마킹하며 커가려는 회사이지 않느냐"며 "장기간 안형진 대표를 봐왔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확신이 있고, 앞날을 응원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