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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시스템의 숨가빴던 베트남 협상테이블 [헤지펀드 스토리] 현지 회사 APH와 협상 곳곳 난관…발행부터 펀딩까지 '알토란' 활약

이충희 기자공개 2018-02-14 09:42:00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7일 16: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 증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시장을 예의주시하던 정상호 밸류시스템운용 대체투자팀장은 안파홀딩스(APH)에서 자금 조달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과거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싱가포르 언스트앤영(Earnst&Young)에서 근무한 정 팀장의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하지만 투자는 쉽지 않았다. 현지 회사와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조건 협상, 국내 개인자산가 대상 출시 마케팅과 펀딩까지. 해외 메자닌 펀드 설정이 처음이었던 '초짜' 밸류시스템운용은 증권사 IB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않고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서며 곳곳에서 쉽지 않은 장벽과 마주했다.

APH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플라스틱 사출업체 안파플라스틱을 비롯해 현지 상장사를 3개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제조업 기반 매출이 안정적이라 채권 상환 가능성이 높고, 성장성도 겸비한 회사다.

◇12월 첫 협상테이블, 전환가액 간극 좁히기 돌입

정 팀장은 "APH는 한화 환산시 약 580억원 규모 자본금을 갖고 있고 자회사 실적이 좋아 하방 리스크에도 무난히 견뎌줄 회사"라며 "과거 국내 베트남 메자닌 펀드가 투자한 회사 CB도 몇건 검토해봤지만 APH는 이보다 더 좋은 회사라고 볼 수 있어 협상에 적극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국내 메자닌펀드 톱 플레이어 중 한곳인 시너지투자자문 출신으로 지난해 상반기 밸류시스템에 합류했다. 밸류시스템과 APH는 작년 12월 초 첫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양측 간극은 매우 컸다. 베트남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자국 경제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어 메자닌 전환가액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맞춰줄 것을 주장했다. APH는 2년 뒤 상장을 추진 중인데 미래의 공모가 밴드를 높게 정한 뒤, 이 공모가 수준에 전환가액을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APH 주식 액면가는 1만동(한화 약 480원)이다. 우리가 생각한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매겨 처음 전환가액을 2만동(960원)으로 불렀다. 그쪽에서는 4만동(1920원)을 불러 격차가 매우 컸다. 한국 투자자들은 베트남과 달리 성장성 보다 안정성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자한다며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만점 활약 돋보인 법률 파트너 세종

결국 전환가액은 밸류시스템이 제시한 금액에 좀더 가까운 2만5000동(1195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메자닌의 표면이자율(3%)과 조기상환시 이자율(4%)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양쪽 니즈(needs)를 적절히 섞었다. 2년 6개월 이내에 호치민 증시 상장에 실패할 경우 연 12% 패널티 금리를 적용하기로도 합의를 봤다.

대략적인 밑그림은 그렸지만 또 하나 난관에 부딪혔다. 밸류시스템 측은 주가가 하락할 시 전환가를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refixing) 조건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현지에서 리픽싱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조항이 아니었던 게 문제였다.

리픽싱은 없다고 못박은 APH에 밸류시스템 측은 이럴 경우 투자할 수 없다며 맞받았다고 한다. 양측 사이 간극을 좁히는 과정에는 법률 파트너였던 법무법인 세종 역할이 컸다. 작년 1월 호치민 법인을 만든 세종은 현지에서 CJ그룹 M&A 딜 등을 주도했던 길영민 변호사가 중심이 돼 법률자문을 도왔다.

세종은 한국 시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리픽싱 조항을 현지 규정에 맞게 손봐 베트남에서도 적용에 무리가 없도록 만들었다. APH와 밸류시스템은 2년 뒤 상장시 공모가의 70%까지 리픽싱을 적용하기로 하고, 이 가격이 최초 전환가액 보다 높을 경우 처음 정해둔 2만5000동(1195원)으로 전환가액을 맞추는데 최종 합의할 수 있었다.

베트남 현지 법은 설립 초기 회사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도 다소 문제가 됐다. APH는 지난해 초 설립된 올해 2년차 회사다. 이에 세종은 CB가 아닌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방향을 틀어 현지 발행 규정에 무리가 없도록 조건을 짰다. 세종 호치민 사무소에 소속된 베트남 현지 변호사가 2명 있어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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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센터 자금 모집, 사전 마케팅으로 뚫었다

밸류시스템운용이 지금까지 주식 트레이딩에 전문화된 하우스였다는 점은 국내에서 펀드 마케팅에 발목을 잡았다. 메자닌 펀드 운용 경험은 짧지만 정 팀장 영입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밸류시스템운용은 언론 기사 등을 활용해 마케팅의 물꼬를 텄다.

밸류시스템 측은 본격적으로 발행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여러 국내 PB센터들을 돌며 큰 돈을 굴리는 PB들을 많이 만났다. 작년 5월부터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를 다수 설정, 총 800억원 가량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시장의 신뢰도 쌓아나갔다.

그 결과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SK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에서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원활히 판매됐고 설정 약 2주일 만에 목표했던 170억원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RCPS 발행 과정에 함께 참여했던 신생 벤처캐피탈 코어트렌드인베스트먼트에서도 일부 자금을 태워 펀드 설정 성공에 보탬을 줬다.

밸류시스템운용은 이번 베트남 메자닌펀드 설정을 계기로 올해 해외기업 투자에 더욱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2~3개 정도 해외 메자닌 투자건을 심사하고 있어 추가 상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등 해외 메자닌을 직접 발행한 뒤 펀드 설정해 자금을 모으는 하우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경험이 늘어날 수록 국내에는 더욱 다양한 상품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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