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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아쉬운 '불통' [thebell note]

김병윤 기자공개 2018-05-04 08:19:1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3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국내 화학업계의 쌍두마차로 불린다. 실적의 규모부터 남다르다. 해마다 각각 20조원,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수익성에서는 롯데케미칼이 한 수 위다.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5%포인트 이상 높다. 두 기업은 지난해 나란히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선뜻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국내외 행사에서도 두 기업의 간판은 빛을 발한다. 지난주 막이 오른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라스틱·고무 전시회 차이나플라스(Chinaplas)가 대표적이다. 전시관에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번뜩이는 마케팅뿐 아니라 우수한 제품을 체험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붐볐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직접 방문하며 지원사격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화학업을 대표하는 기업다운 행보였다.

그러나 두 회사 간 큰 차이가 빚어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기업설명회(IR)다. LG화학은 매 분기 실적을 포함해 연간 10회 안팎의 IR을 진행한다. 최근 3년 동안 총 37차례 국내외 IR 공시가 있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IR에 인색하다. 2011년 이후 IR 공시는 단 한 차례뿐이다. 실적 발표 때면 텍스트 자료로 갈음하는 게 전부다. 올 1분기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에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IR은 철저히 투자자 쪽에 유리한 이벤트다. 기업과 산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다. 준비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시간적·물리적 지출이 적지 않다. LG화학의 경우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때 정호영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해 각 사업부별 책임자가 자리했다. 1시간여 동안 국내외 증권사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응했다. 민감할 법한 질의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이해를 구하는 수준의 답변을 내놨다. 현재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부에 대해서는 연내 추가적인 설명회를 가질 계획을 분명히 했다. 불확실성이 짙은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기업의 준비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뒤집어 생각하면 롯데케미칼은 편안한, 하지만 투자자에게는 불친절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은 과거서부터 소통이 적은 곳으로 손꼽혔다. 삼성에서 롯데로 인수된 롯데정밀화학(옛 삼성정밀화학)만 봐도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간판 교체 전 매해 다섯 차례 안팎의 IR을 진행했다. 교체 후에는 연간 1~2회에 그치고 있다.

불통의 이미지를 그룹의 역사와 전통으로 치부하기엔 롯데케미칼의 입지는 커졌다. 그룹 내 화학산업을 대표하는 맏형 격이다. 롯데케미칼타이탄을 비롯해 다수의 해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한국석유화학협회장까지 맡고 있다.

매해 간담회를 여는 한 최고경영자(CEO)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장과의 소통의 힘은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 때 위력을 발휘한다."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는 롯데케미칼에게 알맞은 충고가 아닐까. 위상에 걸맞는 소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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