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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삼성물산 합병 피해 ISD 제기…쟁점은? 정부와 협상 요구…피해 요구액 최대 5000억 육박할 듯, 구상권도 이슈

김일문 기자공개 2018-05-04 08:08:3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3일 16: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며 우리나라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합병 과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만큼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에 대해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다.

중재의향서는 ISD(Investor-State Dispute: 해외투자자의 국제중재)의 전 단계로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피해를 봤으니 당사자들끼리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의 서한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엘리엇의 중재 의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엘리엇은 ISD로 끌고갈 공산이 커 보인다.

엘리엇이 요구하는 피해금액은 최대 5000억원 대에 달할 수 있다.

◇엘리엇은 왜 ISD를 신청했나

엘리엇은 지난 1일 대변인 명의의 레터를 통해 "대한민국 전임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배상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요청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협정 위반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기로 약속했고 전임 정부 및 국민연금공단의 행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엘리엇에 대한 명백하게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대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인해 엘리엇 및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협상'이란 표현을 썼다. 한국 정부와 소송을 하기 보다 협상을 통해 원만한 피해보상을 받겠다는 취지다. 엘리엇이 바로 소송을 가지 않고 ISD를 시작한 것은 비용과 시간 문제로 보인다. 3심제인 소송의 경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 반면 보다 신속한 문제 해결을 원할시에는 단심제인 ISD가 이용된다.

ISD는 소송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해 당사자가 중재인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통상 미국 워싱턴D.C 소재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를 통해 중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ICSID는 전세계 90여개 나라가 가입돼 있으며, 국가를 상대로 한 ISD 분쟁도 대부분 ICSID를 거친다. 론스타가 제기한 ISD 역시 ICSID에서 진행중이다.

법원의 판결은 아니지만 중재인을 통해 내려진 결론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재는 단순히 이해 당사자의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재판으로 볼 수 있다"며 "국가기관이 만든 법원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점만 다를 뿐 법적 효력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ISD 절차가 시작되면 당사자들은 우선 변호인과 중재인을 선임한다. 중재인은 제3국의 외부 전문가들로 국제 중재 사건에 대한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선임된다. 중재 당사자들이 중재인을 각자 선임하는 구조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포섭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엘리엇 피해 보상 규모 얼마나 요구할까

엘리엇은 현재까지 명확한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향후 ISD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배상 규모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2015년 6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이전까지 약 770여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당시 33만여주를 주당 6만3560원에 새로 취득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비율이 잘못 됐다며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0.35주였다. 당시 삼성물산 주가 5만5767원과 제일모직 주가 15만9294원을 반영한 값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자산가치를 반영해 합병 비율이 1대 0.35가 아닌 1대 1.6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이 외부평가기관을 통해 책정한 적정 주식 가치는 제일모직 6만3353원~6만9942원, 삼성물산 10만597원~11만4134원이었다. 이는 당시 엘리엇이 매입한 삼성물산 주가 6만3560원(6월 매입분 기준)대비로도 최대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엘리엇은 자신들이 책정한 주가와 합병 당시 적용된 주가의 차액만큼을 피해액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주당 5만~6만원 가량의 피해를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총 배상요구액은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물론 엘리엇이 반대매매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을 일정 수준 매각한 만큼 보상 규모 산정을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하다. 매각후 잔여 지분에 대해서만 보상금을 요구할 경우 그 규모는 크게 줄어든다.

모직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외환은행 매각 관련 ISD의 경우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4조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한 바 있다.

◇한국 정부, 엘리엇에 피해보상하면 구상권은?

만약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피해보상을 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구상권 청구 여부도 눈여겨 봐야한다.

국제 중재에 정통한 변호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졌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엘리엇에 피해 보상을 해주게 됐다면 불법적인 행위를 한 당사자에게도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정식 ISD 절차가 개시되지 않았고, 결론 또한 나온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구상권 여부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엘리엇의 ISD가 본격화 될 경우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수도 있다는 분석도 거론된다. 지난 2012년 론스타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는 6년이 넘도록 답보상태다. 당시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반대해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며 ISD를 통해 4조원의 피해보상을 청구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려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외환은행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협상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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