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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중국·일본 출장이 갖는 의미 3월 이어 두번째 해외 출장…여론 동향 파악·글로벌 네트워크 재구축

김성미 기자공개 2018-05-09 19:02:03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9일 19: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 일정을 마치고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인맥과 연이어 회동하며 경영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유럽, 캐나다 출장에 이어 중국과 일본에서 해외 인맥과 미팅을 통해 경영복귀 소식을 알리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잦은 해외 출장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는 효과와 여론 동향을 파악하려는 의도가 숨겨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출소 이후 국내에서 이렇다 할 공식적인 움직임을 갖지 않았다. 삼성그룹 창립 80주년 행사도 조용하게 치렀고 이사회 및 주주총회 등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한 행보다.

해외에선 상황이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 비즈니스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삼성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선택한 출장지인 유럽과 캐나다, 중국, 일본 등도 삼성과 이 부회장이 앞으로 주목할 영역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9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중국과 일본 출장 성과에 대한 질문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일 중국 선전 출장길에 올라 4일 일본 오사카로 넘어간데 이어 다시 도쿄로 건너가 일정을 소화한 뒤 8일 만에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오사카와 도쿄를 오가며 주요 거래선과 신춘인사회에 참석했다. 신춘인사회에선 NTT도코모, KDDI 등 일본의 주요 파트너사 수장들이 참석했다.

오사카는 삼성에게 특별한 지역으로 꼽힌다. 오사카는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하는 발판이 된 산요가 있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1970년 일본 산요와 협력해 흑백TV 생산하며 후발주자로 전자업계에 발을 디뎠다. 또한 경영의 신으로 불린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창업한 파나소닉, 얼마 전까지 삼성에 TV 패널을 공급한 샤프 등이 오사카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공식적인 비즈니스 미팅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친분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가들과 만나 사업과 관련된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도쿄로 건너가서도 이 같은 회동을 이어갔다. NTT도코모, KDDI 등 일본 이동통신사 수장들과 만나 글로벌 ICT 시장의 변화에 대해 논의한데 이어 5G 시대 도래를 위한 네트워크 장비, 단말기 준비 현황 등에서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제4차산업혁명 도래와 함께 제조사, 통신사 등 이종사업자간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새로운 시장을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협업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중국 선전에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를 만나 전장부품 등 신사업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기남 사장 등 삼성전자 DS부문 사장 4명과 함께 왕추안푸 BYD 회장을 직접 만났다.

삼성전자 중국법인은 2016년 7월 BYD의 유상증자(5000억원 규모)에 참여, 약 2%의 지분을 확보했으나 아직까지 부품 공급 등 구체적인 파트너십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전장부품은 삼성의 10년 후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임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직접 긴밀한 관계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션웨이 BBK(VIVO 모회사) CEO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CEO들과도 연이어 회동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사업에선 경쟁사인 반면 반도체를 공급하는 고객사다. 이들과 미팅을 통해 중국 시장을 점검한데 이어 향후 사업 전략을 모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주목한 중국과 일본의 출장지는 삼성전자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부품 비즈니스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지역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등 완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지만 반도체 및 OLED 패널 등은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당분간 캐시카우로 육성하고 키울 분야는 여전히 부품 비즈니스다.

이 부회장의 출장지를 감안하면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엿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스웨덴을 거쳐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프랑스 정부 고위 관계자와 미팅을 가졌다. 바로 스위스 제네바로 건너가 일정을 소화한데 이어 캐나다로 넘어갔다. 이 부회장은 파리에서 AI연구센터 설립에 대해 논의했으며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AI연구센터도 방문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IT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주요 가전제품이 AI로 연동되는 각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등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이 부회장 입장에선 유럽과 북미의 노하우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연이은 글로벌 행보는 경영 복귀를 본격화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선 정치권과 당국에서 삼성을 겨냥한 폭로성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에 대한 국민감정은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국내에서 바로 경영 일선에 나설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글로벌 행보를 통해 여론 동향을 파악하고 경영 복귀 시점을 타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총수 부재에 따라 느슨해진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숨겨진 의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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