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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원장의 키워드 '올해·총수·자발적 결정' 지배구조 개편 두고 삼성 압박…구체적 해법은 없어

김일문 기자공개 2018-05-14 08:03:13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1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 키워드를 제시했다. 요약하면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자발적으로, 일부라도, 올해 안에 결정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라곤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았다.

삼성 입장에선 난감해졌다. 지주회사 전환은 앞뒤로 막혀 있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다. 최소한의 의지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정도의 공감대만 형성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일(10일) 10대그룹 전문경영인들과 비공개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묻는 질문에 몇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제시한 단어는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었다.

이는 삼성의 자발적 움직임을 강조했던 그 간의 정부 기조와 다르지 않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법이나 제도적 규제에 의한 수동적 개편 보다 삼성이 직접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의 총수로 지정한 것도 이러한 부담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또 "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전부 다 팔 필요는 없다"고 못박았다. 삼성전자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삼성생명이 1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는 수준으로 삼성도 지배구조 개편의 성의를 보이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한성대 교수와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내면서 삼성의 지주사 전환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삼성의 지주사 전환 작업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삼성이 직접 지주사 전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이미 공식화 한 상황에서 이를 강제하기도 어렵다.

현대차그룹을 향한 김 위원장의 태도를 보면 지주회사 전환이 만능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대해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여러차례 강조해왔다.

삼성의 경우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대전제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지주사 전환 등의 큰 그림 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1대주주 자리를 반납하는 선으로 타협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또하나 눈에 띄는 사실은 삼성에 데드라인을 줬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그룹이 올해 안으로 사회와 시장이 원하는 변화의 출발점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올해 안으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위한 최소한의 의지라도 보여달라는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하면 김 위원장의 발언은 "올해 내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방법을 찾아오라"는 뜻이다.

물론 이 역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어느 정도를,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넘기는지도 명쾌한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30조원을 웃돌고 있으며, 삼성생명의 보유분을 시가로 환산하면 29조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던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거의 마무리 돼 가면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문제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경영권 방어와 삼성생명 유배당 가입자 수익 배분 문제 등 난제가 복합적인 사안인 만큼 삼성이 해결 방안을 두고 고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 당국에서 후폭풍이 불가피한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지나치게 삼성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법 개정과 규정 변경을 통해 강요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이라며 결정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선 명확한 근거나 규정 없이 자의적인 판단을 내릴 경우 후세대에서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도 과거엔 문제가 없던 건이 최근 분식회계 혐의로 뒤바뀌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도 먼 훗날 또 다른 잣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스스로 결정하라고 하기엔 이해 관계자와 관련 법규정에 대한 해석 등 다툼의 여지가 더 크다"며 "당국의 책임지는 자세가 오히려 더 일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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