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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을 넘어서 [WM라운지]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증권운용본부장공개 2018-05-23 08:03:04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1일 10: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대국의 흥망에 관한 역사적 교훈들은 현대의 패권국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BC 431년에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각각 자기 편 도시국가들과 연합해 시작된 전쟁은 BC 404년에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났다. 여기에는 아테네의 해상진출에 의해 자신들의 상업무역이 영향을 받게 되자 반대편에 있던 도시들이 연합한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간의 패권다툼이 있었다. 아테네의 패전원인과 과정은 어떠했는가 등이 여전히 서방전략가들 토론의 중심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을 때면, 남중국해에 인공섬으로 조성된 일련의 중국 군사기지들과 그 사이를 '항행의 자유'라는 슬로건 아래 운행하는 서방 해군전함들의 뉴스는 수천년을 뛰어넘은 데자뷰처럼 다가온다.

가까이는 2차 세계대전 때 교전 당사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주요 자원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일본에 대한 해상봉쇄가 전세를 결정짓는데 핵심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해상교역로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집착은 이해가 가고 남는다.

지난 4월 3일 미국은 1333개 품목에 대한 대중수입 관세부과 품목을 발표했고 다음날인 4월 4일 중국은 미국산 대두, 자동차등을 포함한 106개 품목에 대해 관세부과를 예고했다. 이 때만 해도 한달 후에 있을 미국과 중국의 경제 대표단 협상에 앞선 기싸움 정도로 시장은 해석했다. 하지만 4월17일 미국의 중국 통신기업 ZTE에 대한 거래중단 조치는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양상이 예상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낳게 했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는 화웨이에 이은 중국 내 2위, 세계 4위의 거대 통신장비 업체이다. 2018년 바르셀로나 세계 모바일 회의(World mobile congress)에서 5G 관련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가 총액은 약 137조로 실로 성장하는 중국 하이테크 산업을 대변하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사가 미국의 조치 이후 선전과 홍콩거래소에 자사주식의 거래중단을 신청했다. 선전의 ZTE 납품회사들은 수천명의 직원들을 휴가조치 했다고 한다. 미국의 제재이유는 ZTE가 이란에 수출한 품목이 제재 대상 품목이고 이에 미국산 부품이 25~30% 장착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미국산 핵심부품을 대체할 길은 없어 보이며 사태가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5월 3일과 4일 있었던 양국의 베이징 경제대표단 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에게 한해 375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흑자를 2020년까지 2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이고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협상이 아닌 항복선언문에 서명하라는 것과 같다는 논평이 따르기도 했다.

아직까지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이 일방적이라는 평가이고 현실적으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하지만 두 나라의 경제전쟁, 그 중에서도 미국이 우위에 있는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국이 약진한다면 그것도 미국회사를 인수합병(M&A) 하거나 지적재산권의 유출 등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미국 입장에선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그 과정이 현재진행형이며 미·중 무역분쟁을 일회성 밀고 당기기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해법이 거칠어 질수록 양국 아니 전세계 경제에는 악재이다. 하지만 피해의 결과는 중국이 더 클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미국에 대한 기술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하이테크 제조업은 투자대상에서 당분간 멀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가치사슬과 관련 있는 국내기업도 들여다 볼 일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과정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깊게 진행될 것인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화된 스탠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상당기간 중요한 투자의사결정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하이닉스보다 휠씬 큰 시가총액의 기업을 행정조치 한번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세우는 힘은 경제전쟁의 위력을 실감케한다. 대다수는 인식조차 못하고 주어진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기에 더 위협적이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본부장

미래에셋·서울증권 자산운용본부 자산운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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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보험 증권운용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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