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문대 앞에 주황색 사원증을 목에 건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섰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1000원,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보다 커피 맛이 좋았다.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이 카페에 들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하루를 시작한다.이 카페는 지난해 제주항공이 신규 설립한 자회사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있는 제주항공 서울지사 1층과 2층에 두 곳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손실을 보면서도 이 카페를 더 출점할 계획이다.
모두락(樂). 제주항공은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카페를 만들었다. 모두락에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서빙을 하는 직원들은 모두 장애인이다. 제주항공은 모두락을 만들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한다.
기업의 장애인 고용이 의무화되면서 기업들은 여러 형태로 장애인 고용을 고민해왔다. 제주항공도 규모가 커지며 장애인 고용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지난해 제주항공 임원이 안 부회장에게 장애인 고용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고, 안 부회장은 바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렇게 모두락이 탄생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모두락이 들어오고 나서 직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며 "처음에는 말투도 어눌하고, 불편한 몸짓으로 커피를 내리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당황해 하거나 싫어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장애인들의 말투와 몸짓을 그저 평범한 동료의 일상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크고 화려한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평소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태도가 행동을 결정한다. 모두락을 이용하는 고객은 서울지사 상주 직원, 승무원과 조종사 등 1800여명이다. 안 부회장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의 방식을 조금 바꾸는 것으로 이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최근 항공업계, 아니 재계의 최대 이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다. 그들을 상징하는 단어는 '갑질'이다. 조 회장 일가로 대표되는 대한항공의 오너십은 타격을 입었다. 품격은 사람의 외모와 재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업과 기업가도 가치도 마찬가지다. '사람 귀한 줄 아는 오너'가 이끄는 제주항공 직원들 모두의 즐거움(樂)을 응원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기업집단 톺아보기]'지주사' LX홀딩스는 왜 조용할까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대우건설에 과연 주주환원 선택지는 없을까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업계 부진 속 선방한 에코프로비엠, 배경에 '삼성SDI'
- [CFO는 지금]롯데하이마트, 금융비용 감수하고 늘린 유동성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상신이디피, '미완의 승계' 우려에도…"밸류업 의지 커"
- [건설사 파이낸셜 뷰]'홀로서기' 도전 신세계건설, 내부거래 다시 상승
- [소노인터내셔널 2막]내실경영 강화, 부채비율 낮추기 '총력'
- [하나투어를 움직이는 사람들]송미선 대표,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결단의 리더십'
- [Peer Match Up/한샘 vs 현대리바트]사모펀드 vs 재계, 토종 가구회사의 '손바뀜'
- '적자 축소' 풀무원 해외 사업, 올해 흑자 원년 노린다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ELS 배상 후폭풍]NH농협, 은행권 최고 '배상비율' 나올까…부담감 높아져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삼성생명, 새 회계기준에도 펀더멘털 굳건히 지켰다
- 금융사 KPI '검사와 검열 사이'
- [금융사 KPI 점검/KB국민은행]잘 갖춰진 KB금융 포트폴리오 활용 계열사 협업 확대
- 산업은행, 태영건설 구조조정팀 업무 재조정
- [ELS 배상 후폭풍]하나은행, 자율배상 발표 임박… 발빠르게 리스크 최소화
- [ELS 배상 후폭풍]신한은행, 이사회 논의 시작…배상안 수용할까
- [ELS 배상 후폭풍]우리은행, 선언적 배상안 발표 '명분·실리' 모두 챙겼다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삼성생명, 매 분기 킥스비율 저하 원인은
- [금융사 KPI 점검/ KB국민은행]'홍콩 ELS' 부실 여파…'ELS·ELF' 사실상 판매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