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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디지털 금융환경과 오타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8-07-23 09:55:00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6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화진
디지털 문자 교환과 문자 입력의 시대에는 자판이나 터치패드에서 정보가 바로 시스템으로 들어간다. 문장도 자동완성된다. 빠른 대신 종이 서류의 교환이나 대화에 있는 여유나 완충장치가 없다. 옛날에는 편지를 우체통에 넣은 후에 마음이 변해 우체통 앞에서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려 편지 회수를 시도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보내기'를 누르면 상황은 ‘비가역적'으로 종결된다.

그래서 오타(타이포)가 발생하면 의외의 결과를 낳는다. 누구나 한 번쯤 문자나 카톡 오타로 상대방의 오해를 받고 수신인 선택 실수로 엉뚱한 사람에게 민감한 내용이 잘못 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선 전화기는 주머니 속에서 멋대로 아무 번호를 누르기도 한다. 영어에는 그를 지칭하는 단어까지 있다(butt call).

온라인 시스템 자체가 오작동하기도 한다. 내 동료 교수 한 사람은 개념 없는 학생을 차분하게 나무라는 어조의 이메일을 써서 그 학생에게 보냈는데 어찌된 셈인지 같은 이메일이 500개가 발송되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내용에 관계없이 이상한 갑질 교수로 낙인 찍힐 수 있다.

사실 오타 문제는 디지털 시대 이전에도 적지 않았다. 과학기술의 최고봉인 NASA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1962년에 화성으로 가는 마리너 1호를 발사하면서 하이픈 하나를 누락하는 코딩을 입력했다. 로케트 속도가 달라져서 위성은 발사 후 폭발해버렸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오타로 기록된다.

지난 4월 삼성증권에서 이른바 ‘유령주식' 사고가 났다. 주당 1천 원 배당할 것을 주당 1천 주 배당으로 입력해 버렸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고 회사의 신용은 추락했다.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다. 2005년에 일본의 미즈호증권이 J-Com이라는 회사의 주식 610,000주를 주당 1엔에 매도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회사 발행주식 총수는 14,000주였다. 사실은 증권사 직원이 1주를 610,000엔에 매도하려는 주문이 오타로 잘못 처리된 것이다. 미즈호는 270억엔의 손해를 보았다. 닛케이가 300포인트 하락했다. 동경증권거래소의 신뢰도도 추락했다. 2001년에는 영국에서 리먼브라더즈의 한 직원이 3백만 파운드를 300백만 파운드로 입력하는 실수를 했는데 FTSE100가 140포인트 빠졌다.

오타는 일어나기 쉬운 일이고 디지털 환경에서는 정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각 금융기관 내부적으로 통제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고의적인 범죄는 막기 어렵다 해도 실수로 인한 피해는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미즈호, 리먼, 그리고 삼성 같은 굴지의 금융기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난다. 그래서 2차 방어선이 필요하다. 시장 시스템이다.

삼성증권 사건은 삼성은 물론이고 금융투자업계 전체가 스스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개별 증권사에서 잘못된 주문이 나와도 거래소가 이를 추가로 체크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전체 금융시스템은 증권사와 유관기관들의 협조체계 구축으로 개선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28일에 주식매매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으면서 주식잔고와 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스템은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사전 방지 장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5월 30일에 발생한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와 결제불이행 사고도 경고음이다.

오타 실수로 회사나 고객,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면 그 대가는 물론 치러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입는 신뢰 하락은 복구하기 어렵다. 이중삼중으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같이 정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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