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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최저임금 '묵언수행과 속앓이' [thebell note]

노아름 기자공개 2018-07-20 08:14:26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9일 09: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커피전문점, 편의점들이 현금 없는 매장, 핸드페이 정맥결제 등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을 당시 가맹본사는 "완전한 의미의 무인점포는 아니며 필수인력이 상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계열사 롯데카드와 롯데정보통신의 기술을 활용, 월드타워에 스마트 편의점을 내보였지만 무인 계산대를 속 시원히 자랑하지 못했다.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됐던 배경에는 한 가지 우려가 자리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기업이 역행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신사업 확대를 알리는 자리에서조차 효율적 인력배치를 힘주어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유통기업의 안타까움이 읽혔다.

'양질의 일자리 확대'는 사람의 손을 타는 식음료·서비스기업에 특히 요청되는 미션인 듯하다. 일례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매해 그룹사가 개최하는 채용박람회에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참석했으며, 지난달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난 뒤 향후 3년간 매년 1만 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고용 확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따른 각계의 반응을 지켜보며, 노동 분야에서 정부와 '코드 맞추기'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유통기업의 위치가 다시금 떠올랐다. 업종별 차등적용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소상공인협회는 망연자실하며 격정적인 반응을 내놓았지만, 정작 가맹본사는 별도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은 가맹점주로부터 이익금 일부를 수취해가는 수익구조를 띄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이 가맹본사의 실적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급 인상에 반발하는 점주의 사업장 이탈이 가맹본사로 하여금 반가울 리가 없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등은 지난해부터 심야시간대 전기료 지원, 스마트POS 등 점포운영 효율화 시스템 구축비 투자 등 상생지원금 지출 계획을 내놓으며 최저임금 인상에 미리 대비해왔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물가상승 및 실질임금 하락 우려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한동안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점은 유통업계의 대처다. 가맹점주가 공동휴업에 나서거나 야간 시간대 상품 판매가 인상, 종량제봉투 판매 중단 및 교통카드 충전 거부 등 편의점의 공공기능을 축소할 경우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사가 마냥 뒷짐 지고 지켜보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점주의 화살이 정부를 향해있어 당장 프랜차이즈 본사가 액션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다만 일자리 유관 이슈에 구체적 대응책을 내기 어려운 유통기업이 버티기 전략을 택할지 혹은 수익구조 개선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낼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속앓이와 묵언수행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을 가맹본사가 도출해 낼 결론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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