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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익재단]어윤대가 심은 나눔경영 씨앗…금융교육 특화 콘셉트[KB금융공익재단]은행이윤 사회환원 장치 마련 목적 설립…재무평가 전반적 우수

원충희 기자공개 2018-07-23 11:19:34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며 공익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육·장학사업부터 사회복지사업, 의료·보건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고 기부금(출연금) 규모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실태를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벨에서는 은행·보험·여전사 등이 설립시 출연하거나 최근 3년간 출연한 바 있는 공익법인 37곳(설립 1년 미만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9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때는 2010년 7월. 당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총자산 327조원 규모로 4대 은행지주그룹에 속하는 KB금융그룹에 공익재단 하나 없다는 사실을 의아하게 여겼다. 신한, 하나 등 다른 은행그룹들은 이미 그룹 차원의 공익법인을 하나씩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딩금융그룹 KB는 공익재단에 대해선 타사에 뒤쳐진 후발주자였다.

2011년 3월 설립된 'KB금융공익재단'의 시작은 200억원 규모였다. MB(이명박 전 대통령)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어윤대 전 회장은 5년 내 총자산 1000억원 달성을 공언하며 의욕을 내비쳤다. 고려대 후배였던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현 손해보험협회장·사진)이 재단 설립멤버로 참여하며 어 전 회장의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다. 재단 설립에 어 전 회장의 인맥이 동원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의 포부에 자극 받았는지 이듬해인 2012년 MB 4대 천왕 중 한명이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1000억원 규모 '드림소사이어티 재단(가칭)' 설립계획을 언급했다. 이팔성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출범시키면서 "국내 금융업계 최대의 공익재단으로 성장,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금융권 재단이 졸지에 회장들 치적쌓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다고 단순히 치적쌓기 용도로만 재단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바로 1년 전인 2011년 미국 뉴욕에선 '아큐파이 월스트리트(Occupy Wallstreet)' 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그 어느 때보다 금융권의 탐욕을 비판하던 목소리가 컸던 시기. KB금융공익재단 설립 배경에는 이런 시대적 요인도 있었다.

어윤대, 김용덕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회장(좌),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우)

◇경제금융교육 특화…총자산 98% 기본재산 분류

공익재단 설립을 머릿속에 그리던 어윤대 전 회장이 고심한 부분은 콘셉트였다. 장학사업에 주력하는 신한금융, 노인요양·영유아 복지 등 저출산 고령화에 초점을 맞춘 하나금융과는 차별화 된 사회공헌 방향을 고민했다. 고려대학교 총장을 지냈던 그가 떠올린 것은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경제금융 교육이었다. 단순히 장학금을 주는 게 아니라 초청·방문, 캠프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재테크와 자산관리 상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재단 표어도 '국민의 평생교육 파트너'로 정했다.

강사로 활용 가능한 인적자원도 풍부했다. 수십 년간 금융회사에서 근무했던 KB금융 계열사 퇴직자들의 경험은 훌륭한 교본이 됐다. 퇴직자들에게 인생 2막을 여는 기회도 줄 수 있었다.

KB금융공익재단 규모

어 전 회장이 공언한 총자산 1000억원 목표는 쉽게 달성되지 못했다. 설립 5년 후인 2015년에 재단의 총자산은 684억원, 작년 말에는 854억원으로 목표에 여전히 미달하는 수준이다. 다만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에 유입될 출연금과 이자수익 등을 감안하면 올해 말 총자산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정보다 3년 정도 늦은 셈이다.

KB금융공익재단은 총자산의 98.8%인 845억원을 단기금융상품 형태로 두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수익이 지난해 말 13억원으로 총수입(28억원)의 절반가량 된다. 나머지는 KB금융 계열사들이 매년 출연하는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그룹에서 출연하는 기부금은 연 10억~15억원 정도다.

총자산의 대부분을 단기금융상품 형태로 둔 이유는 공익사업의 영속성 확보를 위해서다. 공익재단의 자산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상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구분해야 하는데 기본재산에서 나오는 운용수익과 출연 받은 기부금으로 공익사업을 수행한다. 운용수익, 기부금이 줄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기본재산을 꺼내 써야한다. 기본재산을 사용하려면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기본재산을 헐어 쓴다는 것은 결국 재단의 재무상태가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금융권 재단법인 한 관계자는 "기본재산에서 나온 운용수익과 기부금으로 목적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기본재산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재무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은행권 재단은 기본재산을 주로 예금 형태로 갖고 이자수익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재무평가 전반적 우수…순자산 사용비율 다소 미흡

KB금융공익재단의 고유목적사업은 △경제금융교육 △장학·교육문화·자선사업 △일자리정보제공(취업지원)이다. 이 중 경제금융교육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목적사업비 30억원 가운데 경제금융교육사업으로 23억원을 썼다.

KB금융공익재단 재무지표
*자료 : 홈택스, 가이드스타

KB금융그룹이란 든든한 출연자를 둔 덕분에 재무구조는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공익목적 수입증가율(당해 고유목적사업 수입/전년 고유목적사업 수입)은 5.4%로 비영리법인 평가기관 '가이드스타'의 최고점 기준인 6%에 근접한 수준이다.

운용소득의 적정금액 공익목적 사용금액[(운용수익×70%)-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도 0보다 작아 수익 대비 더 많은 금액을 공익목적 사업비로 충실히 쓰고 있다. 출연금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 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 비용 비율(목적사업비/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은 93.7%로 우수한 수준이다. 미국 공익지수 평가기관인 채리티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는 66.7%를 보통으로 간주하고 있다.

프로그램 비용 증가율[(당해 목적사업비-전년 목적사업비)/전년 목적사업비]은 13.6%로 최고점 평가기준치(8%)를 훨씬 웃돈다. 다만 순자산의 적정금액 공익목적 사용비율(당해 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전년 순자산)은 기준치 5%에 미달하는 4.2%를 기록했다. 공익목적에 사용되는 지출이 순자산의 5%도 안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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