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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해소 '딜레마' [지배구조 시험대 오른 삼성]보험법 개정시 15.5조 주식 매도 불가피…물산 실탄 부족 '걸림돌'

김장환 기자공개 2018-08-30 08:07:19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7일 13: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해소 방안에 전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방어하면서 변화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시 삼성생명이 처분해야 할 삼성전자 주식 물량은 수십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배력 약화를 최소화시키는 선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 자칫하면 삼성전자를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 수도 없는 상태여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물산이 이를 가져가는 게 가장 좋은 해법이지만 부실한 자금력이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시중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면 '오버행 이슈'가 재점화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도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삼성생명법' 눈앞…15.5조 삼성전자 지분 향방 주목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자산을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총액으로 계산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난다. 문제는 보험사가 계열사 유가증권을 자산총액 대비 3% 넘게 보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를 처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처분해야 하는 삼성전자 주식 물량은 어느 정도일까. 삼성생명이 최근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올 6월말 연결기준 삼성생명 자산총계는 285조2054억원이다. 여기에 3%라고 보면 삼성생명은 대략 8조5562억원 이상 가치를 지닌 계열사 주식은 보유할 수 없다고 해석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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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수는 총 5억2983만8713주다. 장부상 취득가는 5746억원이지만 원가를 대입하면 규모가 전혀 달라진다. 반기보고서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대략 23조7055억원.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시 삼성생명은 15조1500억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생명이 해소해야 할 삼성전자 주식수는 대략 1억9123만7450주 정도다. 삼성전자 발행주식 총수의 약 3%에 달한다. 이를 전량 해소한다고 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기존 8.26%에서 5%대까지 떨어진다.

실현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삼성전자 지배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총수일가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율은 5.27%에 불과하다. 삼성물산(4.65%), 삼성화재(1.38%), 삼성복지재단(0.1%) 등 우호 지분율을 합해도 19.78% 가량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해소시 해당 비율은 16%대까지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외국인 보유 지분율이 50%를 넘는 곳이고, 과거 SK그룹이나 KT&G 등 적대적M&A 문제에 시달렸던 회사들도 모두 이런 지분 구조를 보였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 불안한 지배력을 이어가고 있고, 또 지배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국가 차원에서도 부담되는 일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지주사체제 전환 해법, 삼성물산 실탄 부족 '걸림돌'

가장 좋은 해법은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에서 해소가 필요한 삼성전자 지분을 떠안는 방안이다.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지 않고도 총수일가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당국이 압박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이루는 동시에 이 같은 절차를 추진하는 게 삼성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최대 7년 유예기간이 주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지주회사 체제를 통한 해결방안을 선제적으로 추진해두는 게 보다 유리할 것이란 평가다.

특히 지주회사체제 전환시 삼성물산이 가져가야 할 삼성전자 주식 물량을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간금융지주사를 활용하면 된다. 중간금융지주사는 아직까지 법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는 사안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최근 발언과 국회 움직임을 볼 때 삼성이 추진할 경우 충분히 통과가 가능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후속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자회사는 비금융계열사 최다출자자가 될 수 없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생명 2대주주인 삼성물산(4.65%)이 최다출자자로 올라서면 금융지주회사법상 삼성생명을 향한 법적 제약은 곧바로 해소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해 2대주주로 내려서거나 2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사들여 최다출자자로 올라서는 방안이다. 이를 뒤섞으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매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한 마디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파는 동시에 삼성물산이 그만큼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여 1대주주로 올라서면 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2% 지분'만 각각 사고 팔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꾸준히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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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에 불과한 삼성전자 지분이라고 해도 이를 사들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엄청난 수준이란 점이다.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대략 5조6600억원이 필요한 일이다. 삼성물산이 당장 감당하기는 버거운 액수다.

삼성물산은 6월 말 별도기준 2조1783억원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들고 있다. 이를 모두 쏟아 부어도 삼성물산이 가져갈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율은 1%에 못 미친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이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삼성물산은 과거 합병 절차를 두고 안팎으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았다. 총수일가 이익을 위한 합병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삼성물산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해소 숙제는 정답이 당장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로 평가된다. 공정위와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어느 것 하나 추진이 쉽지 않은 상태다. 정작 금융위 등 당국은 삼성에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해 압박하면서도 그 해결을 오히려 막아버리는 법제안만 지속해 내놓고 있다. 당국에서 규제보다는 제대로 된 해법을 직접 제시해주는 게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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