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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편취' 규제대상 영풍정밀, 장형진의 선택은? [新공정법 후폭풍]총수일가 지분율 21.3%, '시장 독점' 고려아연·㈜영풍 의존도 관건

심희진 기자공개 2018-08-30 08:33:51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9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영풍그룹의 산업용 펌프 제조업체인 영풍정밀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영풍정밀은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확보했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을 20%대로 유지하며 사익편취 리스크를 피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일감 몰아주기 지분율 기준이 30%에서 20%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공정위 사정권에 들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지분 매각과 계열 의존도 축소 가운데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는 지난 26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하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에서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사의 경우 20%) 이상인 계열사만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하지만 향후에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가 넘는 업체들도 조사 대상으로 지정된다.

개정안이 도입되면 영풍그룹 내에는 기존 3개였던 규제 대상이 4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서린상사, 영풍개발, 서린정보기술 외에 새롭게 포함되는 계열사는 바로 '영풍정밀'이다.

지난 20여년간 영풍정밀 주주 구성에는 변동이 거의 없었다. 올해 5월 1일 기준 총수일가 지분율은 21.26%다. 장형진 회장이 5.71%로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장 회장의 두 아들인 장세환 서린상사 전무(4.77%)와 장세준 영풍전지 부사장(4.67%)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장 회장의 조카인 장세욱 시그네틱스 전무와 장세명씨도 각각 2.28%, 3.82%씩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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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정밀은 1983년 1월 그룹 주력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아연 제련공정을 보완하기 위해 설립됐다. 1986년 미국 듀리론(Duriron)과 기술 제휴를 맺고 부식, 마모 등에 강한 펌프(pump)와 밸브(valve)를 생산해 고려아연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미국뿐 아니라 호주,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 위치한 석유화학 공장에도 펌프를 공급하고 있다.

안정적인 거래처 물량을 바탕으로 영풍정밀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2000년대 초반 200억~300억원대였던 개별기준 매출액은 2010년 1000억원을 돌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억~40억원에서 200억원 안팎으로 증가했다. 자산총액도 300억원대 초반에서 3000억원으로 10배가량 불어났다.

특히 그룹 계열사들과의 활발한 거래가 영풍정밀의 사세를 키우는 데 주효했다. 2010년대 들어 영풍정밀은 고려아연과 고려아연의 호주법인인 선메탈(Sun Metals), ㈜영풍 등으로부터 500억원 안팎의 일감을 확보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후에도 영풍정밀은 내부거래로 연 매출의 2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영풍정밀에 일감을 맡긴 뒤 현금을 지불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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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 외에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내부거래 규모가 연 200억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사익편취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 영풍정밀의 내부거래 비중은 공정위가 제재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각종 불이익을 피하려면 총수일가 지분율을 낮추거나 내부거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정위는 △정상가격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 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을 금지하고 있다.

영풍정밀이 그룹 주력사업인 아연 제련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만큼 내부거래 규모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국내 아연시장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8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거래처를 발굴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장 회장 일가가 주식 매각 등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20%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장 회장의 형인 장철진 전 영풍산업 회장이 영풍정밀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결과 26.7%였던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대 초반까지 하락한 바 있다. 오너 3세 경영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장 회장도 형의 전철을 따라 지분 정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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