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구하기 경쟁' 신평 3사에 무슨 일이 동일 시기 공채, 이례적 …고용 불안에 '젊은피' 유출 가속
민경문 기자공개 2018-09-10 07:55:00
이 기사는 2018년 09월 06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메이저 신용평가 3사가 잇따라 연구원 확충에 나서고 있다. 공채 일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계속된 젊은 연구원들의 이탈 공백을 메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신용평가업계의 구조조정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업무 강도 대비 보상 수준이 낮다는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세 곳은 최근 신입 또는 경력 공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각사 홈페이지에서 애널리스트 채용 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 모집 시기도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신평 3사가 이처럼 동시에 인원 확충에 나서는 건 흔치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각사별 연구원들의 이탈 행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금융본부에서, NICE신용평가는 기업본부를 중심으로 30대 초중반의 애널리스트들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 은행, 연기금 등 이직처는 다양하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올해 초 명예퇴직 등을 통해 10여 명의 임직원을 줄인 이후에도 인력 유출이 계속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나이 50세가 넘으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데다 성과 보상도 제대로 되지 않아 내부적으로 불만이 쌓여왔다"며 "차라리 희망퇴직 등을 통해 목돈을 챙기는 게 낫다는 분위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이 덜했던 신용평가업계였던 만큼 인사 적체가 심화됐고 중간급 연구원의 승진이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는 분석이다.
체감하는 업무 강도가 예전보다 세졌다는 점도 젊은 층의 이직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내 한 신평사 연구원은 "평가부문 매출이 확대된 것 대비 평가 건수가 훨씬 늘었다"며 "그만큼 수수료 할인 폭이 커졌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금융 당국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부수적인 일도 많아진 상황에서 인력은 오히려 줄고 있으니 기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신평사 경영진의 마인드 변화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규모 징계 이후 신평 3사의 대표이사 포함 경영진이 교체됐다"며 "신용평가 연구원들에 대한 고액 연봉을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계 신평사가 대주주인 곳의 경우 자체 투자보다 이익 배당을 우선시해 왔다는 점이 임직원들의 불만을 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관계자는 "사실 3사가 파이를 나눠먹는 신용평가업이라는 인더스트리만 놓고 보면 굉장히 안정적"이라며 "다만 연구원 입장에서는 고용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고 이럴 바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성과보수가 높은 증권사나 아예 공기업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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