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사외이사 5인체제' 100일…독립성 지켰나 [지배구조 분석]잦은 정부 외압에 외부인사 감시 늘려..'산은법·재무구조' 등 정책금융 한계도 드러내
이장준 기자공개 2018-11-16 10:29:59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5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의 사외이사가 5명이 된 지 100일이 지났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 산은은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4명이었던 사외이사 수를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사 선임과정이 지연되면서 산은은 올 8월에 들어서야 약속을 지킨 것이다.다만 산은의 독립성 확보 여부를 두고는 시각 차가 있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회장, 전무, 사외이사, 감사 모두 정부의 영향을 받는 한국산업은행법 탓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반면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정책금융의 특성상 시중은행과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외이사 1명 추가…이동걸 체제 완성
산은은 지난 2016년 10월 대우조선해양 관리에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혁신안을 발표했다. 앞서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은 "대우조선 지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결정한 일로,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산은의 의사결정과정에 독립성과 투명성을 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혁신안에는 4명이었던 사외이사 수를 5명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음달인 11월 산은은 손현덕 이사를 추가 선임했다. 그러나 손 이사는 오히려 친정부 성향으로 구분돼 비판을 받았고, 임명된 지 5일 만에 사임했다. 이듬해 김익주 이사의 별세로 인해 산은의 사외이사 수는 3명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6월 산은은 양채열 이사를 선임하면서 기존 사외이사 수였던 4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취임할 당시 사외이사 수가 앞서 대우조선해양 때와 같은 4명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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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들어 산은이 이윤 이사를 신규 선임하면서 다시 '사외이사 5인 체제'가 형성됐다. 현재 산은의 이사회는 이동걸 회장, 이대현 전무, 서철환 감사 외에 5명의 사외이사들로 구성돼있다. 이 회장 체제하에서 사외이사가 공석 없이 채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은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5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임추위'를 통해 한 명을 더 채우려 했다"며 "많은 분들이 (산업은행) 사외이사를 맡는 걸 부담스러워 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독립은 못해 vs. 경영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 5인체제가 구성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산은은 여전히 독립성 문제에 묶여있다. 근본적으로는 이사회 구성을 결정하는 한국산업은행법(이하 산은법)이 그대로인 탓이다. 산은법 제13조에 따르면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하게 돼있다. '정치적 색채'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동걸 회장은 진보 금융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앞서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 캠프에서 금융정책 수립에 참여했다. 재벌 개혁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온 만큼 현 정부의 색깔에 맞는다는 분석이다.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다. 산은은 이사회 내 위원회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선출한다. 임추위가 후보를 추천하면 회장이 제청, 금융위가 임명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양채열 이사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지냈다. 김남준 이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사법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 활동을 한 바 있다. 올 8월에 선임된 이윤 이사의 경우 '이동걸 라인'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 이사의 산업연구원 재직기간(1987~1996년)과 이 회장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재직기간(1994~1998년)이 일부 겹친다.
금융위가 임명한 서철환 감사 역시 기획재정부 국장 출신이다. 서 감사는 앞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실무추진단장을 역임했다. 이로써 총 8명의 이사들 가운데 5명이 현 정부와 관련된 이력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의 재무구조도 독립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는 기재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아 산은을 지원한다. 최근 산은이 정부로부터 5000억원의 증자 지원을 받기로 하면서 독립성 확보는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반면 산은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산은 출신의 김태혁 부산대 교수는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한 (산은은) 애초부터 정책금융기관으로 설립됐다"며 "사기업과 같은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기업의 경우 대주주가 소수의 지분을 갖고 그보다 훨씬 큰 권한을 행사하기에 소액주주운동 등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산은의 사외이사 수 증원 역시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사외이사 숫자가 많을수록 경영의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선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학회 입장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외이사 수 증원은 공공금융기관의 역할을 좀 더 강화할 수 있는 계기"라며 "산은의 경영 투명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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