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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IPO' 시장이 교보생명에 던지는 메시지 [thebell note]

전경진 기자공개 2019-01-15 08:40:27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1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 중기 문신 유성룡이 집필한 징비록은 일종의 오답노트다. 임진왜란 동안 경험한 사실을 서술하면서 현실 인식 결여 등 조선이 실패한 원인을 풀이했다. 유성룡은 징비록 서문에 '지난 일을 돌아보면 부끄럽다'고 적으며 후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후 정묘호란, 병자호란이 연이어 발생했다.

2018년 기업공개(IPO) 시장은 마치 '전쟁통'과 같았다. 기관 투심 냉각 속에 IPO 시장 전체공모 규모는 3조원을 밑돌았다. 전년 대비 3분의 1 토막 났다. 특히 총 8개 기업이 공모를 철회했고, 자진해서 IPO 일정을 다음해로 연기하는 기업들도 속출했다.

교보생명은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 IPO에 도전한다. 시장전문가들은 올해 IPO 시장 전망 역시 밝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뒤늦은 IPO 시점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IPO 등을 통해 원하는 자금 조달 규모만 2조~5조원에 달하는 입장에서 시장 상황은 더욱 답답할 노릇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공모 철회 기업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18년 IPO 시장을 징비록 읽듯 탐색할 필요가 있다. 당시 8개 공모 철회 기업들은 하나같이 시장 탓을 했다. 공모철회 신청서에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는 시장 환경 탓에 공모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몸값 욕심'을 부려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는 평가다.

한 기관투자가는 "작년 최악의 공모주 시장 상황에서도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기업들이 많았다"며 "공모 철회 기업들을 보면 희망 공모 가격이 기업가치 대비 비쌌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본 확충이 시급한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몸값 욕심을 버리기 쉽지 않다. 재무적 투자자의 엑시트 요구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자본 확충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IPO보다 상장 자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쉽게 거래 가능한 유가증권을 보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상장 후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추가로 더 끌어모을 수 있다. 주가가 좋을 경우 블록딜 방식으로 일부 지분을 매각해 필요 자금을 충당할 수도 있다. IPO 한번에 필요 자금 전부를 끌어모으는 전략은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는 '악수'인 셈이다.

최근 작년 공모철회 기업들이 속속 IPO를 재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징은 공모규모를 줄이고 몸값 욕심도 버리고 있단 점이다. 실패 경험을 기반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리고 있단 평가다.

물론 IPO가 처음인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그래도 우리는 다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기업도 지난해 그렇게 무너졌다. 호황에는 기업이 부르는 게 몸값이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에게 불리는 게 몸값이 되는 상황이다. 2020년 IPO 기업들에게 교보생명이 반면교사로 거론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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