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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방법·가치산정 어떻게 이뤄지나 [커지는 병원 M&A 시장]②이사진 구성이 핵심…명확한 기준없어 혼란

최익환 기자공개 2019-01-18 08:25:40

[편집자주]

제일병원 매각 추진으로 의료법인 M&A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방·중소병원은 물론 수도권 중형병원들까지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병원 M&A 사례가 많지 않아 활성화 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병원 M&A 시장을 들여다보고, 문제점과 개선점을 함께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7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제일의료재단(제일병원)의 매각이 추진되면서 병원 M&A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의료법인의 인수합병(M&A)은 부동산 등 유형자산의 가치를 산정한 뒤, 이사진 구성권한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현행법에 의료법인의 M&A를 허용한 조항이 없어 논란은 여전하다.

현재 제일의료재단을 포함해 매각작업을 추진 중인 중형급 수도권 병원은 2~3곳이 넘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인구 유출로 병상과 진료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지방도시의 병원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이들 병원 역시 이사진 구성 권한과 무상출연을 주고받는 기존의 거래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 이사진 구성 권한이 거래대상…매도자는 '사례금' 챙겨

현행법상 시·도지사의 허가를 얻으면 누구나 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다만 지자체별로 허가를 내리는 기준이 상이한데다가, 기본재산과 각종 규격기준 등을 따지는 작업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엔 주변 의료공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설립이 좌절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의료법인 경영으로 사회공헌이나 사업상 시너지효과 등을 이루려는 사람들은 의료법인 인수에 나서게 된다. 기존 의료법인을 운영하는 매도자는 손실을 보기 전에 운영권을 넘기려 하고, 새로 의료법인을 경영하려는 사실상의 원매자는 복잡한 서류작업과 인허가를 피할 수 있다. 매도자와 원매자의 이해관계가 의료법인 M&A로 수렴하는 것이다.

물론 의료법인 인수를 위해선 기존의 의료법인 실체와 인적·물적자원을 양수도하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민법 상 재단법인에는 지분이나 주식이 존재하지 않아, 이를 대체하기 위해 이사진구성권한을 거래대상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인수자는 이사진구성권한의 대가로 의료법인에 무상출연금을 제공한다.

매도자와 인수자는 △가치산정(밸류에이션) △계약금 납입 △협상과 마크업(계약서 교정) △잔금납입 등 M&A 절차를 준용해 거래를 진행한다. 이때 매도자가 가져가는 금전적 이득은 ‘사례금' 명목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사례금은 이사지위 거래의 대가로 인식될 경우 처벌의 소지가 있어, 의료법인의 M&A를 음성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지난 2017년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늘푸른의료재단) 인수 역시 이사진 구성 권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회생절차를 통하긴 했지만 무상출연금과 대여금을 법인에 제공하고 이사진 구성 권한을 가져오는 기존 거래방식을 택했다. 회생절차의 특성상 기존 경영진에 대한 사례금은 없었다.

◇ 해외에선 기업 밸류에이션 준용…국내는 부동산 가치가 중심

의료법인을 중심으로 한 병원 M&A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선 밸류에이션 방법, 매도자에 대한 사례금의 기준 등 합의가 부족하고, 브랜드 등 무형가치에 대한 산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해외의 경우 IB(투자은행)를 중심으로 병원의 밸류에이션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경우 EV/EBITDA 멀티플(Multiple)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FCF(잉여현금흐름법), DCF(현금흐름할인법) 등 다양한 밸류에이션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일부 대형 병원은 시가총액을 병원의 가치로 계산하기도 한다.

다만 해외에서 사용되는 밸류에이션 방법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모든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시행되고 있어, 매출의 상당수가 환자가 아닌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수가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환자와 병상 수가 매출에 정확히 비례하는 구조도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국내 의료법인 M&A의 대다수는 부동산과 의료기기 등의 유형자산만을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삼는다.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이 되는 토지와 건물 등은 감정평가사의 평가에 맡기고, 고가의 의료기기 등은 장부가와 감가상각을 고려해 가치를 매긴다. 때문에 부동산 가치만으로도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의료법인들이 있을 정도다.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제일의료재단도 부동산 가치로 주목받은 대표적 사례다. 병원이 가진 브랜드가치를 제외하고서라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입지조건이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근에 위치한 동국대학교 역시 부지 확장을 위해 인수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이 더 많은 의료법인의 경우 밸류에이션을 내기가 상당히 애매하고 거래 역시 어렵다"며 "아무래도 의료법인의 설립을 위한 기본자산인 부동산 가치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 현행법에 의료법인 M&A 허용조항 없어…당분간 혼란 지속될 듯

그러나 현행법에는 의료법인의 인수합병(M&A)을 명시적으로 허용한 조항이 없다. 때문에 의료법인의 이사진구성권한 거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등 혼란이 가중돼 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법인 M&A를 허용하는 법률 조항의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방의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하기 전에 M&A를 통한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관련 법령이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긴 했으나, 실제 입법과 시행까지는 이뤄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7년 호텔롯데가 인수한 보바스기념병원 역시 M&A에 대한 법리적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회생계획안 작성 과정에서 주무관청인 성남시가 ‘의료법인에 대한 합병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합병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생계획안은 성남시의 의견과 관계없이 인가되었지만,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료 영리화'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제일의료재단 등 앞으로 진행될 의료법인의 M&A에도 논란은 다시 점화할 전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법령에 따르면 병원 M&A는 해석하기에 따라 합법과 불법 모두 해당될 수 있다"며 "제일병원의 매각작업 역시 각 이해주체들이 의료법 조항을 두고 법리적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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