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KCGI vs 한진家]강성부 펀드 LP의 역설, '내로남불' 위험성⑨지배구조 D등급 기업 투자받아 C등급 기업 '구조개편·이사회개선' 요구

고설봉 기자공개 2019-02-01 07:54:44

[편집자주]

별다른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고 '정중동'하는 듯 보이는 한진그룹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이어 터진 갑질 사태, 국민적 공분, 주요 권력기관의 잇따른 수사, 그리고 "너희들 문제가 많아 행동에 나서겠다"라고 말하는 듯 지분을 매집하고 달려든 한 펀드. 동시에 불붙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흐름과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움직임. 한진그룹 수뇌부는 비상상황에 있다. 강성부 펀드라고해서 느긋하진 않다.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 관심사가 됐고 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 분쟁이 어디로 가고 있고 분쟁 당사자들의 전략은 무엇인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0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행동주의 펀드(Governance Activist hedge fund)'를 표방한 강성부 대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깨끗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올바른 기업경영' 정도로 해석된다. 강 대표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제안한 내용을 토대로 유추할 수 있다. 또 KCGI의 성격을 감안할 때 이 펀드는 일종의 사회책임투자(SRI)의 관점을 취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최근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등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서도 강 대표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한진그룹에 투자했다. 강 대표가 한진그룹에 보낸 공개 제안문은 '잘못된 지배구조와 왜곡된 오너 경영인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강 대표의 주장의 기저에는 '내가 바꿔보겠다'라는 자기 확신, 혹은 도덕적 우월성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성부 펀드'가 자금을 유치한 투자자들도 강 대표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입장을 취하고, 같은 행동규범을 공유하고 있을까. 구체적인 투자자들의 면면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과연 강 대표는 '그릇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오너일가의 일방적 경영권 행사 견제' 등에 공감하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았을까. 투자자들의 면면은 향후 KCGI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투자자에 대한 올바른 정보 공개는 강 대표의 성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0억 출자' 조선내화의 역설, 지배구조 등급 'D'

아쉽게도 최근 KCGI의 투자자로 밝혀진 조선내화의 사례를 보면 '강성부 펀드'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는 일순간 깨진다. 조선내화는 KCGI에 1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중견기업이다. 조선내화는 강 대표와 동행한 뒤, 직접 들고 있던 한진 주식 53만1675주(4.44%)를 매도하고 18만2697주(1.53%)만을 남겨뒀다. 굳이 펀드를 통해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을 우회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하고, 이를 개선해 수익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KCGI는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한진'이라는 부제를 붙여 제안문을 공개했다. 제안문에는 '제안에 이른 배경'에 이어 'KCGI가 바라보는 한진그룹의 위기'을 설명한 후 'KCGI가 제시하는 해결 방안'을 설명하는 순서로 정리했다.

제안문에서 KCGI는 "한진그룹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지배구조 등급이 4년 연속 C등급에 그치는 낙후된 지배구조로 인해서 일반 주주, 채권자, 직원 더 나아가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지배구조개선', '기업가치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해결방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한진칼에 대한 강 대표의 문제의식의 출발점은 '낮은 지배구조 등급'이다. 하지만 같은 평가에서 조선내화는 한진칼 보다 한등급 더 낮은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기는 최하위 등급이다. 조선내화와 같은 등급을 받은 기업은 삼양식품이다. 최근 정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조선내화의 ESG 등급부여 내역

◇3대 걸쳐, 오너일가 28명 '주주'…이사회 운영도 '폐쇄적'

조선내화의 지배구조는 창업주로부터 4대에 걸쳐 이어진 경영권 세습 전형을 보여준다. 고 이훈동 창업자(1대)의 아들 이화일 명예회장(2대), 이인옥 회장 및 형제(3대), 자녀 및 조카(4대) 그외 사촌, 고모, 삼촌 등 일가친척 28명이 주주명부에 총 망라돼 있다. 이외 재단 1곳, 특수관계사 3곳이 조선내화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사주 조합의 보유지분율은 0.01%에 그치고, 나머지 지분은 주식시장에서 유통된다.

조선내화 주주로 등재된 일가친척 중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도 2명 포함돼 있다. 더불어 이 회장 일가는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활용해 우회적으로 조선내화의 지배력을 확장했다. 이 명예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성옥문화재단은 조선내화 지분 2.65%를 보유하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방안'의 일환으로 이사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요구했다. KCGI는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및 외부 전문가 3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해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사전 검토 및 심의를 담당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또 "임원들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체계 도입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자질과 능력이 탁월한 CEO 등 경영진을 선임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하는 등 준법경영 및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KCGI의 제안은 정작 그 투자자인 조선내화의 운영에는 단 하나도 반영되고 있지 않다. 2018년 9월30일 현재 조선내화의 이사회는 상근이사 3명, 사외이사 1명 등 총 4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인옥 회장 등 오너 경영인이 사내이사를 맡고, 이재훈 영남대 교수가 유일한 외부인으로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이 교수는 한국콘크리트학회 제16대 회장으로, 내화물 업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인물이다. 이외 조선내화는 감사로 이동익 전 제니코 감사를 선임했다. 이외 준법지원인 선임내역은 없고,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도 갖추지 않았다.

이인옥 회장 일가의 조선내화 지분보유 현황

◇한진그룹 못지 않은, 조선내화의 '비핵심사업'

강 대표의 관점에서 보면 조선내화도 경영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곳이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을 상대로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요구했다. 그는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방안마련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 곳들은 '칼호텔네트워크'와 'LA윌셔그랜드호텔', '와이키키리조트',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항공업과 호텔업 사이에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견해도 있다.

조선내화의 경우에는 한진그룹과 마찬가지로 사업 연관성이 없는 계열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조선내화는 내화연와, 단열벽돌, 스라이딩노즐, 연주용 특수내화물 등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1947년 5월 15일에 설립됐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종합내화물 제조회사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주요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여전히 조선내화의 매출 대부분은 내화물에서 발생한다. 조선내화는 계열사로 대한소결금속(자동차 등 기계 부품사), 화순컨트리클럽(골프장), 전남일보(언론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모두 조선내화의 핵심사업인 내화물 제조 및 유통과 그리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계열사다.

증권사 연구위원은 "강 대표에 여론이 우호적이었던 이유는 기존의 헤지펀드와 다른 방식으로 기업에 접근했다는 점"이라며 "그 가운데 '착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과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막상 강 대표가 손을 잡고, 투자금을 끌어 모은 대상이 오히려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기업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내화의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공동기업 현황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