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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당국, 'RP 규제카드' 왜 꺼내들었나 "익일물 쏠림 현상, 전체 시스템리스크 전이 가능성"

구민정 기자공개 2019-02-01 09:36:38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1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당국이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 칼을 들이댈 태세다. 특히 익일물 RP(환매조건부채권) 시장에 대한 규제가 예고된 상황이라 이를 활용해 수익을 내던 헤지펀드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익일물 RP 시장은 레포펀드를 운용하는 금융회사들에게 단기자금을 마련하는 주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지난 2015년 당국이 증권사들의 무담보 콜 거래를 금지하자 담보시장에서 조달비용이 저렴한 익일물 RP시장으로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당국의 콜거래 금지규제가 단기자금시장에 팽배하던 무담보 리스크를 비교적 잘 해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풍선효과는 불가피했다. 콜거래를 대신해 금융회사들은 익일물 RP로 몰려 들었다. 거래는 더 자주, 크게 일어났다. 2018년 기관간 RP시장의 거래금액은 1경6223조원에 달했다. 이 중 익일물 비중이 2013년 86.9%에서 지난해 93.4%로 껑충 뛰었다. RP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회사들이 익일물에만 집중하면서 유동성 리스크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하루 단위로 상환되는 채권시장이다 보니 '하루라도 갚지 못하면' 전체 자금 시장이 패닉에 빠질 수 있다. 통상 RP를 매수하는 자금공급자들(은행, MMF)이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에 들어가면서 RP 매수를 위한 자금이 줄어든다. 증권사들이 RP매도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금경색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익일물 RP 매도에 쏠리면서 시장참여자들의 재무건전성보다 익일물 RP 시장 자체의 차환리스크 차원에서 보고 있다"며 "자금을 빌려주는 측도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거의 없이 관행적으로 참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잘 넘겨왔지만 사고가 터지면 결국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지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의 RP시장에서도 일부 금융기관의 유동성 리스크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된 바 있다. 금융위가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낸 것도 익일물 RP 시장의 시스템리스크가 이제 위험수준에 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경, 분기말 상황과 카타르 국립은행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한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사태까지 겹쳐 익일물 RP를 사고자 하는 자금공급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익일물 RP를 매도해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하는 증권사와 운용사의 유동성리스크가 증폭됐고 RP 금리도 크게 올랐다. RP매도자가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일평균잔액 75조4000억원의 RP 시장이 패닉에 빠질 위기였다. 이에 한국은행은 통안계정에서 4조원이 만기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2조원만 회수하고 나머지 2조원은 RP를 매수하는 시중은행에 공급하기도 했다. 금융회사들의 단기자금시장 리스크를 한은 자금으로 막은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9월에 만기도래 규모가 이례적으로 커서 여유자금 회수가 대규모로 이뤄지다보니 시장이 위험상황까지 갔었다"며 "급작스런 ABCP 이벤트까지 발생하면서 기간관RP시장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찍이 2016년 익일물 RP에서 기일물 RP로 유도하는 카드를 꺼냈지만 실패했다. 담보채권 대체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수료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익일물 편중 현상은 더 심해졌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어찌됐든 '저렴한 조달비용'이었지 수수료 등의 인센티브가 아니었다.

결국 당국은 '유도' 대신 '직접규제'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금융위는 익일물RP 거래 규제 방안으로 △차입자가 차입액 20%내외에 해당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헤어컷 비중은 자금대여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며 △RP 매도거래 시 증거금으로 인정되는 현금성자산은 '당일'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 예금, CD 등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는 내달 해당규제 내용을 발표하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규제 시행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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