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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딜레마 압축된 '최소한'의 주주권 수탁자책임·수익성·정부기조 등 부담 반영

한희연 기자공개 2019-02-01 15:08:40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1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고심 끝에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단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권리 행사 범위에 제한을 두면서 국가연금으로서의 딜레마를 여실히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진칼에 최소한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로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하여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결원으로 본다. 다만 본 결원의 효력은 형이 확정된 때로부터 3년간 지속된다"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로 주주가치가 훼손되었다는 것에 공감했고, 최소한의 상징적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데 다수 의견이 나왔다"며 "국민연금의 한진칼에 대한 지분보유 비율이 10% 미만이므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더라도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국민연금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공개적인 자료를 통해 스스로 밝힌 '최소한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라는 단어와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는 두 문장은 그간의 국민연금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를 대표하는 대다수 기업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금껏 '단순투자' 이상의 태도를 드러낸 적이 없다. 특정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의 색깔을 드러내는 순간 감내해야 하는 위험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민간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할 경우 이른바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개인연금이 아닌 국가연금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다 자칫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면 '안정적인 수익성 제고'라는 목표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소극적인 태도로만 일관하면 또 최근의 투자 트렌드 환경 변화가 부담스럽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 투자에 대한 중요도가 올라가면서 수탁자책임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도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키로 하고 이 같은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는데, 정작 주주권 행사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이중적인 태도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CGI가 지난해 11월 한진그룹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천명하자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3대 주주인 국민연금으로서는 지난해말부터 올해 초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 가장 난처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국민연금은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따라 전문가 집단인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의견을 물었다.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힘든 사안을 결정해 주는 위원회다. 수탁위는 지난해말과 올초 연달아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주주권 행사여부와 범위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으나 함부로 결정하기엔 부담의 크기가 너무 컸다. 결국 공은 상위 회의체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넘어갔다.

하필 수탁위가 열렸던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 회의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일주일간의 장고 끝에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한 최소한의 주주권 행사'라는 결론을 냈다. 주주권행사를 결정하며 상징적 의미의 '액션'은 취했으나, 행사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파급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좋게 말하면 '스튜어드십 코드 전격 적용'이지만, 결국 '시늉'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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