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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구조조정 실패' 고리 끊는다 [KDB AMC 설립] ①상반기 출범 목표…사업부문 구조조정 집중

안경주 기자공개 2019-02-11 07:53:10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기업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자회사 'KDB AMC'(가칭) 설립에 착수했다. 이 자회사는 산업은행이 출자한 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구조조정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이번 자회사 설립을 계기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략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KDB AMC'의 설립 배경과 운영 방향,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7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기업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KDB AMC' 설립에 본격 나섰다. 지난해말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사전 협의를 마쳤으며 올해 상반기 출범한다는 목표다. 현재 산업은행 투자관리실 소속 이종철 단장을 중심으로 '출자회사 관리체계 개선추진단'을 구성해 KDB AMC를 만들기 위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자회사 설립 자문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으며, 법무법인도 조만간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 AMC 설립의 표면적 이유는 혁신기업 지원, 즉 혁신성장금융 강화에 있다. 그동안 한국산업은행법에 명시된 산업은행의 업무 중에서 기업구조조정에만 매몰돼 있었다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 역할로 산업은행의 무게 추를 옮기겠다는 이동걸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사업과 기업 육성은 그간 이동걸 회장이 입버릇처럼 강조한 분야"라며 "KDB AMC 설립은 이동걸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실패' 불명예 벗어날까

KDB AMC 설립 이유로 혁신기업 지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에 대한 평가가 기업구조조정 업무만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깨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역할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만 국한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는 뜻이다.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산업의 개발·육성 △중소기업의 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및 지역개발 △에너지 및 자원의 개발 △기업·산업의 해외진출 △기업구조조정 △정부가 업무위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분야 등의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간 산업은행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대명사로 불렸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중공업, 금호생명, LG카드, 팬오션 등 굴지의 기업구조조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탓이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산업은행 직원들은 기업구조조정 업무에 자부심을 갖졌다. '기업구조조정=산업은행'이란 인식이 형성된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굵직한 기업구조조정에서 잇단 실패를 겪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몇년간 기업 관리능력에 허점을 보이면서 정책금융기관 자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문성 부족과 대기업 온정주의로 자금을 지원하고도 기업을 정상화시키지 못하면서 혈세 낭비 지적까지 나왔다.

예컨대 산업은행은 STX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이 쌓여 약 1조원의 손실을 냈다. 동부그룹 역시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결과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자회사인 대우조선에서는 수조원 규모의 분식회계까지 이뤄졌다.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로 인해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파행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2008년 이후 기업 구조조정 현황(주채권은행 기준)'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실패율은 2018년 3월말 기준 4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산업은행=구조조정 실패'란 인식이 새롭게 생겨났다.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도 산업은행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제시되기도 했다. 어느 순간 구조조정 실패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혁신안을 발표하고 구조조정 기능 강화에 나섰지만 '구조조정 실패'의 낙인을 지우데 한계가 있었다"며 "지난해 상반기 이동걸 회장도 '산업은행=구조조정 실패'란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재무부문과 사업부문 나눠 구조조정 추진

KDB AMC 설립을 계기로 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그동안 주채권은행으로서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과 주주로서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축 등 전략수립을 모두 산업은행이 담당했다. 이 때문에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성 부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부실기업에 대한 재무부문 구조조정만 담당하고, 사업부문 구조조정은 KDB AMC에서 맡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전과정을 산업은행이 담당하면서 전문성 논란 등을 불러왔다"며 "자금이 소요되는 재무부문 구조조정은 산업은행이, 자산매각, 지분 정리 등 사업부문 구조조정은 KDB AMC가 맡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을 보면, 이 같은 KDB AMC 운영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조건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 보유 대우조선 보유 지분(55.7%)을 현금 매입하는 대신 조선 지주사를 설립한 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지분을 현물 출자하고 지주사 신주를 받아 주주로 참여한다.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고, 추가적인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조선업에 정통한 민간주주의 책임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은 재무부문 구조조정을, 추가적인 경영개선은 사업부문 구조조정을 뜻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 매각 과정은 KDB AMC 운영 방안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며 "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졌던 구조조정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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