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빅딜 그후]신동빈의 화학 제국 이뤄지다⑥스페셜티 갈증 해소, 케미칼 지주 편입 후 '한국롯데' 지배력 강화
박기수 기자공개 2019-02-19 13:13:00
[편집자주]
'삼성 vs 한화·롯데 빅딜'이 이뤄졌던 2014~15년은 2010년대 재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해다.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상태에서 각 그룹 간의 자발적 M&A는 큰 의미를 가졌다. 빅딜 이후 3년, 삼성·롯데·한화의 M&A 기업들의 현재, 그리고 M&A 이후 각 그룹의 사업 및 지배구조 현주소를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5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조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삼성 화학사(△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삼성SDI 케미칼 부문) △롯데비피화학)들을 인수하기 위해 내건 금액이다. 업계 일부에서 고가 매입 논란을 제기할 정도로 초대형 딜이었다. 빅딜 후 각 기업들이 롯데그룹에 가져다준 것은 무엇일까. 신 회장은 대규모 자금을 들였던 보람을 느끼고 있을까.◇스페셜티 갈증 해소에 실적 대박은 '덤'
빅딜 전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제품에 대한 갈증이 깊었다고 전해진다. 에틸렌 등 석유화학의 기초가 되는 제품을 만드는 능력에는 국내에서 최상위권이었지만 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 구조가 부족했다. 에틸렌 시황에 따라 수익성이 좌지우지되는 구조였던 셈이다. 자동차용 전지나 바이오 등 석유화학 외 다른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LG화학과 업계에서 비교되는 배경이기도 했다.
건축재·페인트 등에 쓰이는 제품인 MMA를 생산하는 롯데엠시시(당시 롯데엠알시), 유럽 메이저 고무 생산업체인 베르살리스와 세운 합작사인 롯데LVE로는 고부가가치 상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는 부족했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공감대다.
게다가 롯데는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삼성토탈도 한화에 내준 상황이었다. 이때 삼성이 남겨놓은 화학사들을 매물로 내놓았다. 롯데로서는 갈증을 해소할 좋은 기회였던 셈이다. 삼성-롯데 인수전의 중심에 있었던 고위 임원 B씨는 "삼성토탈을 한화가 가져가서 당시 그룹 내부에서 조바심이 일었다"면서 "뒤이어 내놓은 화학사마저 놓칠 수 없었던 입장"이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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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 달리 빅딜 이후 기업들은 호황기를 맞이하며 최고조의 실적을 내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연결 기준 2017년 영업이익 111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107억원을 벌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마이너스(-) 244억원, 26억원을 기록했다. 빅딜 전후 온도 차가 확연히 벌어진 셈이다. 롯데첨단소재도 2017년 3325억원, 지난해 2358억원을 기록했다. 세 회사가 합쳐 평균 5000억원대의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3조원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합리적'이었다고 바뀌어 가고 있다.
기본 목표였던 스페셜티 갈증 해소도 이뤄낸 모양새다. 롯데정밀화학은 염소 계열과 가성소다를, 롯데비피화학은 초산 관련 제품을, 롯데첨단소재(SDI케미칼)는 합성수지와 인조대리석 등을 다룬다. 관계자 B씨 역시 "롯데정밀화학 인수로 화학 제품군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면서 "롯데첨단소재의 경우 롯데케미칼과 원료를 주고받는 시너지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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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지주 편입 후 이뤄낸 신동빈의 화학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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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빅딜 전 롯데케미칼은 지배구조 상 신동빈 회장의 소유라고 보기 힘들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 롯데홀딩스가 대부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물산·호텔롯데가 롯데케미칼의 1·2·3대 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해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해도 일본 롯데 쪽으로 흘러들어갔다. 국부 유출이라는 논란도 있었다.
이런 구도는 빅딜 후 대폭 개편됐다. SDI케미칼을 인수한 지 1년 후인 2017년 8월, 신 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세운다. 다만 이때 롯데케미칼과 빅딜 대상 기업들이 바로 지주에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신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뇌물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경영 부재 현상이 벌어졌고, 롯데케미칼 계열은 지난해 10월까지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신 회장 경영 복귀 후 3일 만에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신동빈→롯데지주→롯데케미칼→빅딜 기업'의 지배구조 형태가 굳어지며 신 회장 위주의 경영 판단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신 회장의 경영 부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롯데케미칼의 지주 편입이 더 빨리 이뤄졌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 C씨는 "빅딜→케미칼 지주 편입 중간에 경영 부재 상황이 벌어지며 계획이 연기된 셈"이라고 말했다.
빅딜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롯데첨단소재는 올해 1월 터키 엔지니어드스톤 1위 업체인 벨렌코(Belenco)의 지분 72.5%를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오너의 과감한 투자와 목표 달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못지않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한 수도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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