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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기업 없는 르노삼성, '단순 생산기지'라는 의미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점검]부산공장 '닛산 로그' 위탁생산 '위태'…르노그룹 배당만 꾸준히 증가

이광호 기자공개 2019-03-07 10:10:05

[편집자주]

국제회계기준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다. 경영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율과 함께 고려되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기업들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란의 핫이슈가 된 이래 기업들의 지배력 판단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연결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그 변화를 더벨이 확인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5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연결 자회사가 없다. 반면 경쟁사인 쌍용차의 경우 3개의 종속기업과 1개의 공동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 A/S 및 부품판매, 할부금융 등을 영위하는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한국GM도 독일 판매법인과 베트남 조립공장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은 모회사가 해외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각각 프랑스 르노그룹, 인도 마힌드라그룹,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지배하는 회사다. 그러나 사업구조는 다소 차이가 있다. 쌍용차와 한국GM은 계열사를 거느리며 나름대로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반면 르노삼성은 '한국 생산·판매'에만 방점이 찍혀있다.

르노삼성 측은 르노삼성이 르노그룹 자회사기 때문에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르노삼성 최대주주는 르노그룹(Renault Group BV)으로 지분 79.9%를 들고 있다. 2대주주는 19.9%를 보유 중인 삼성카드다. 경영권은 르노가 쥐고 있다. 2대주주인 삼성카드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르노 지배구조

르노삼성은 부산 신호동에 위치한 부산공장, 서울 가산동 서부사업소, 서울 강남 서울사무소를 비롯해 국내에 직영점 12곳, 협력점 450곳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이중 핵심은 부산공장이다. 1개의 라인에서 세단 5종과 SUV 2종 등 7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르노그룹 내 46개 공장 가운데 3위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지만 인건비 역시 세번째로 높다.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생산량의 48%를 르노 본사의 위탁 생산 주문에 의존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최대주주는 프랑스 르노그룹이지만 일본 닛산으로부터 위탁 생산중인 북미 수출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닛산 로그'가 르노삼성의 생산 캐파 절반을 차지하는 주력 수출 모델이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북미로 50만대 이상의 로그를 수출했다.

자체적으로 해외시장 판매망을 관리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르노에서 물량을 배정해주는 구조다. 비용·생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생산차질을 일으키지 않으면 르노가 구축해 놓은 글로벌 판매망을 통해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그룹 의사결정구조상 르노-닛산 합작법인(RNBV)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합작법인의 요구에 따라 닛산 일감을 확보하는 것이다.

생산량

문제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 교체와 그 과정에서 있었던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의 갈등으로 닛산이 르노 계열사인 르노삼성에 생산물량을 계속 위탁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부산공장의 경우 일본 닛산 규슈공장보다 원가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이 9월에 만료되면 연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파업으로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고전했다. 특히 닛산 로그의 수출량은 2017년 12만3202대에서 지난해 10만7711대로 12.57% 줄었다. 지난달에는 48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급감했다. 그럼에도 자체 신차 개발 계획은 없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후속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르노 배당은 꾸준히 늘었다. 르노삼성은 2007년부터 배당을 실시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르노가 챙긴 배당금은 총 6180억원이다. 이는 2000년 법정관리 중이던 삼성차의 자동차사업 자산을 인수할 당시 인수금액인 6150억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배당만으로 인수자금을 뺀 셈이다.

다른 국내 경쟁 자동차 업체들과 달리 종속기업이 전혀 없는 르노삼성자동차. 이는 르노삼성자동차가 프랑스 르노그룹의 단순 생산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회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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