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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조선합작법인' 도메인 등록 문제 없나 [대우조선해양 M&A]현대 '돌관정신' 깃든 철두철미 사전 작업, "프로세스 문제 있었다는 방증" 주장도

구태우 기자공개 2019-03-12 08:37:52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1일 1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설법인의 도메인을 등록한 건 그룹의 업무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2017년 지주사 전환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대중공업 인적분할 과정에서도 신설법인의 도메인이 등록되는 일이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4일 신설법인인 한국조선해양 도메인 등록을 마쳤다. 한국조선해양의 홈페이지 주소(htttp://www.ksoe.co.kr)는 영문명 'Korea Shipbuilding & Offshore Engineering(KSOE)'에서 따왔다. 한국조선해양은 5월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거쳐 출범한다. 이후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의 지분 28%를, 산업은행이 7%의 지분을 갖는다. 도메인은 산업은행과 기본합의서 체결하기 27일 전 등록됐다. 양사의 지분이 들어있는 만큼 한국조선해양 사명은 지난해 협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 산업은행은 지난 1월31일 조선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완전자회사(한국조선해양)를 설립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 체결 27일 전 도메인 주소를 등록, 시간흐름상 앞뒤가 바뀌었다.

이 같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를 정점으로 한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현대중공업을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해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현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분야 사업만 맡았다. 인적분할 안건은 2017년 2월27일 임시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돼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완성됐다. 현대중공업은 같은해 1월 주주총회를 결의했다.

신설 법인의 도메인은 주주총회 석달전 등록을 마쳤다. 현대일렉트릭 도메인은 2016년 11월3일 등록됐다. 임시 주주총회가 있기 4개월전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이튿날인 2016년 11월4일 도메인 등록을 마쳤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 인적분할에 따라 설립됐다. 조선, 엔진, 전기전자 부분의 AS 사업을 주로 한다. 현대그린에너지의 도메인은 2016년 11월16일 등록됐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에 따라 설립될 신설법인의 도메인 주소를 선점했다.

인적분할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됐고 신설법인들이 잇따라 설립됐다. 주총 당시 현대중공업의 소액주주 비율은 41.89%, 아산재단 정몽준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21.33%다. 현재는 소액주주의 비중이 42.87%, 현대중공업지주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4.75%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둘러싼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인수 절차를 시작했다. 이번 합병으로 독과점 논란, 기업결합심사 등 인수합병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았다. 도메인 주소 사전 등록으로 양사가 지난해 이번 빅딜의 핵심구조를 사실상 합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한국조선해양 도메인 등록을 통해 몇 가지 의문점은 해소됐다. 한국조선해양을 통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을 지배하는 빅딜 구조가 지난해 의견접근을 이뤘다는 점. 중간지주사의 이름에서 '현대'자를 뗀 것도 지난해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란 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정체성을 골고루 담은 가치중립적 사명(社名)이다. 또 물적분할 6개월 전 도메인 주소를 선점, 사이버 스쿼팅(도메인 주소를 투기 또는 판매 목적으로 선점하는 행위)을 방지한 것도 있다.

현대는 '돌관정신'이라는 창업주 정신이 있다. 어떤 장애물이 가로 막아도 목표를 향해 돌진하라는 뜻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알려졌던 지난 1월 조선업계에서는 돌관정신이 이번 빅딜을 추진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업무 스타일을 십분 인정해주더라도 이해가 어려운 점이 없는게 아니다. 도메인 등록이 이뤄졌던 1월4일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이 한창 협상을 하던 때였다.

지난 1월31일 열린 대우조선 민영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산은 측은 현대중공업과 먼저 접촉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현대중공업과 먼저 추진했다고 해서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이 제시했던 조건을 후발 주자인 삼성중공업에도 모두 제시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줄 것이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훨씬 결정하기 쉬운 이점이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당시만해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가 현대중공업이 될 지 삼성중공업이 될 지 확언할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미 현대중공업은 도메인 등록까지 마친 상태였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M&A와 같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딜에 나서면서, 그리고 최종 확정도 되지 않은 외부 대형 딜에 나서면서 도메인을 먼저 등록할 정도라면 이미 거래의 향방에 대해 확신할 정도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 M&A는 지주회사 전환과 같은 현대중공업 내부의 일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딜이다. 이는 "거래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지 않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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