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vs KCGI, 불신만 확인한 '㈜한진 주총' 매 안건마다 표결…"한진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믿을 수 없어"
고설봉 기자/ 최익환 기자공개 2019-03-27 18:14:21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7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 주주총회는 한진그룹과 KCGI 간 불신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KCGI는 "회사에서 상정한 안건 자체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매 안건마다 표결을 요구했다.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는 KCGI의 잇따른 요구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27일 아침 8시, 서울 명동 한진빌딩 신관 1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이로 주주들이 1층 로비 한 켠에 마련된 주주총회장으로 향했다. 입구에 ㈜한진 직원들이 주주명단을 확인하고, 회의장으로 주주들을 안내했다.
주총이 시작되기 한참 전, KCGI 측 대리를 맡고 있는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가 주총 장에 도착했다. 그는 주총 장 맨 앞 왼쪽에 자리를 잡고, 테블릿PC를 켜 주총 관련 서류들을 점검했다. 그는 동행한 KCGI 측 대리인 2명과 함께 40여분 남짓 남은 주총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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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정각에 사회자가 주총 시작을 알렸다. 의장을 맡은 서용원 대표가 인사말을 했다. 이어 회사의 경영 성과와 미래 성장계획 등 주주들에 대한 보고를 이어갔다. 항만물류, 육상운송, 택배 등 각 사업부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 주주가치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화두로 부상한 공정거래법 준수 등 준법경영에 대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인사말을 마친 서 대표는 곧바로 총 6개 의안에 대한 의결을 시작하자고 했다.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서 대표는 주주들의 동의와 제청을 구했다. 그 때였다. 조용하게 회의를 관망하던 구 변호사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했다. 서 변호사는 "반대 주주 몇 명인지 거수 통해 확인한 뒤 표결하자"고 했다.
갑작스런 표결 요구에 회의장은 술렁였다. 하지만 서 대표는 장내를 정리하고, 표결을 시작했다. ㈜한진과 KCGI의 첫 대결이 시작됐다. 대결의 결과는 생각보다 싱거웠다. 의결권 주식 중 73.66%가 투표에 참여했다. 찬성 87.72%, 반대 12.13%로 안건이 통과됐다. 이어진 제2호 안건에 대해서도 구 변호사는 표결을 요구했다. 이번에도 결과는 제1호의안 표결과 비슷했다. 투표에 참여한 주주 중 88.43%가 찬성했다. 반대한 주주는 11.5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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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쟁점이 됐던 안건인 제3호 안건 표결을 두고 결국 서 대표와 구 변호사의 갈등은 수면위로 표출됐다. 서 대표는 "계속해서 표결을 하자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다른 대다수 주주들이 빠르게 안건을 통과시키자고 하는데 혹시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구 변호사는 "기존 이사회 운영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의 운영을 볼 때, 회사에서 추천한 이번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이에 따라 주주들의 표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분명한 어조로 회사 측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결국 또 다시 표결이 진행됐고, 일부 주주들은 이에 반발했다. 계속해서 표결이 진행됐고, 그 때마다 구 변호사와 서 대표 간 갈등은 더 커지는 듯 했다. 'KCGI의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다양한 주주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서 대표는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다양한 주주들의 요구를 듣기 위해 표결을 계속할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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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KCGI는 총 6개 안건에 대해 표결을 요구했고, 모두 패배했다. KCGI가 얻은 최대 득표율은 16.61%, 최저는 11.12%였다. KCGI는 자회사 엔케이앤코홀딩스를 통해 ㈜한진 지분 10.17%를 보유하고 있다. KCGI가 포섭한 주주들은 전체 의결권 대비 최대 6.44%인 셈이다.
KCGI는 한진칼에 이어 한진 주식을 매집하며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요구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시어머니처럼 간섭해 회사의 정상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회사에 대한 믿음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주주제안이 법원에 막힌 뒤, 주총에서 매 안건마다 ㈜한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대립했다. 주총을 마치고 '주총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구 변호사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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