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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WM라운지]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공개 2019-04-04 07:59:0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2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대형백화점은 문을 닫았고, 100년 전통의 '타임'도 파산 후 인수됐다. 한국씨티은행은 무려 90개 지점을 폐쇄했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마트나 백화점을 가지 않고 종이신문을 보지 않으며, 돈을 입금하기 위해 은행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최재붕 교수가 최근에 출간한 '포노사피엔스' 도입부다.

우리는 많은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빠른 속도에 놀라고만 있기엔 파급력이 크고 다양해서 어떻게 수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된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서울 프라임 오피스 수요를 업종별로 분석하면 그 변화가 여실히 드러난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계가 전체 면적의 3분의 1로 여전히 가장 큰 수요층이다. 30% 후반대를 차지하던 몇 년 전과 비교해 감소폭은 크지 않지만, 연면적 5만~10만 제곱미터의 대형 빌딩이 다수 준공돼 프라임 시장 자체가 커진 점을 고려하면 결코 작지 않다.

프라임 오피스 금융계 면적의 상당부분은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의 본점이어서 폐쇄된 지점들의 면적과 똑같이 비례해 줄지는 않았다. 반면 카카오뱅크, K뱅크 등 온라인 전용은행, 암호화폐 거래소, 핀테크업 등 전통적인 금융업을 대체하거나 이와 경쟁하는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면서 수요 감소를 어느정도 상쇄하고 있다. 그럼에도 감소는 뚜렷한 흐름이다.

2018년 동안 프라임오피스 시장의 임차수요는 과거 5년 평균치의 1.8배로 증가했다. 한국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있는데 기업들의 임차 수요가 증가한 이면에는 신규 준공된 대형건물들이 적극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 영향이 있었다. 인센티브 등으로 임대수요를 일으킨 면과 기업 수요 자체가 늘어난 배경이 작용했다. 특히 IT기업, 게임업체, 온라인 여행사, 금융권 콜센터, 이커머스나 플랫폼 업체 등에서 임차 수요가 증가했다.

한편으로는 국내외 공유오피스 업체의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공유오피스는 기존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외에도 롯데, 한화, 신세계 등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 기업도 공유오피스 사업을 전개한 덕에 2018년 말 기준 면적증가율이 2배를 기록했다. 전체 면적 비율은 2% 남짓이지만, 증가율은 어느 업종보다 높았다.

공유오피스 업체들의 빠른 확장세를 보면 유연함이 중요해보인다. 내일의 변화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유오피스는 월단위 계약이 가능해 기업에 자율과 선택권을 제공한다. 업체에 따라 차이는 존재하지만 프라임 오피스 빌딩에 직접 임차하는 경우에 비해 같은 건물 내 공유오피스로 이전하는 경우 20~30%가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전통적인 임대차 계약이 월 임대료의 10배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요구하는 반면 공유오피스는 월임대료의 1~2배 내외의 보증금으로 입주 가능하다.목돈을 임대료에 묶어 놓기에 부담스러운 소규모 회사, 스타트업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1인 기업은 물론 소규모 회사와 수많은 사내외 프로젝트를 위해 모였다 헤쳤다를 반복하는 대기업에도 모두 선택되는 이유일 것이다. 일반 오피스빌딩에서 갑자기 임대료를 낮출 수 있을까? 저렴함도 결국 유연하기에 가능하다.

공유오피스의 급성장이나 리테일 업계에서의 변화를 보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공간 공급자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업들이 최근 들어 주목하는 단어 중에 애자일(agile)이 있다. '날렵한, 민첩한'이라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2000년대 초부터 IT업계에서 '유연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라는 의미로 통용돼왔다. 지금은 IT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들도 애자일의 개념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유연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려는 고객들의 필요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오피스빌딩, 대형마트, 백화점 등 부동산 업계도 기업들만큼이나 고민해야 한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University of Surrey 관광개발학 석사
커민스코리아 마케팅 담당
아시아 비즈 스트레티지 컨설턴트
現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 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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