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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거래 주도권도 산은에 밀린다 [아시아나항공 M&A]지주사 금호고속 1300억 지원, 채권단 영향력 커져

고설봉 기자공개 2019-04-24 18:17:3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4일 13: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공을 위해 금호고속에 13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산은 등 채권단은 이번 지원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권 및 재계에서는 산은이 이번 자금 지원을 통해 오히려 박 전 회장에 대한 압박 카드를 쥐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회장의 금호그룹 지배력의 핵심인 금호고속에 산은이 다시 채권은행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호고속은 이번 자금지원을 계기로 산은의 레이더망에 다시 놓이게 됐다.

산은은 2017년 말과 2018년 초를 거치며 금호고속과 결별했다. 2017년 11월 옛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간 합병을 선언한 박 전 회장에 대해 산은은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산은은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의 재무부담까지 떠안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합병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이 합병을 강행하자, 산은은 2018년 3월 만기 도래하는 옛 금호홀딩스의 채무 561억원의 상환을 요구했다. 산은은 차환 및 대환을 고려하지 않고, 원금을 모두 회수했다. 당시 자금력이 부족했던 금호고속 및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산은과 금호고속, 박 전 회장간의 관계는 일단락 됐다. 박 전 회장은 금호고속을 활용해 그룹 재건을 완료했지만 그동안 금호고속 및 금호그룹에 자금을 공급하고, 급한 불을 꺼주던 산은과의 관계는 단절됐다. 그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가 터졌다. 박 전 회장은 산은과 다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이 어떻게 해볼 수 없을 만큼 산은의 입장은 강경했고,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결과로 귀결됐다.

이 과정에서 금호고속이 다시 산은을 채권은행으로 맞이하게 됐다. 1300억원. 지금 금호고속은 이 자금을 받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차입금이 과도한 상황에서, 만기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 비중이 높아졌다. 당장 손을 벌릴 계열사도 없고,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자산을 담보로 차환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미 모든 자산이 금융권 차입금 조달에 활용됐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안정성과 금호고속발 운수 대란을 막기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 및 재계에서는 그 이면에 박 전 회장에 대한 산은의 압박 카드가 섞여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산은이 금호고속에 대한 지원을 계기로, 박 전 회장 및 금호그룹이 막판까지 가져가려 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주도권을 모두 빼앗아 온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에 대한 전권은 이제 산은이 전부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주체는 자신들"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 16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동걸) 회장께서도 확실히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라고 하셔서 저와 그룹이 책임지고 해보려 한다. (인수 의향이 있는) 좋은 분들이 계시면 좋겠다"라며 "제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다"고 강조했다. 매각의 주체가 돼서,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매각 방식을 설계하고, 매각의 협상을 진행하고 싶었던 의지로 비춰졌다. 매각이 돌이킬 수 없게 된 이상, 구주매출을 최대화해 금호산업에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향후를 도모해 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뒤, 산은과 금호그룹이 협의한 내용은 이런 박 전 회장 부자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지난 23일 산은이 발표한 협의안에 따르면, 이번 딜의 주인공은 산은이다. 산은 주도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및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자금 지원 및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조6000억원의 금융지원 구상도 산은 주도로 설계됐다. 산은 등 채권단은 영구채 매입 5000억원, 한도대출(Credit Line) 8000억원, 보증한도(Stand-by L/C) 3000억원을 지원한다.

또 매각 방식에서도 산은의 입김이 한층 더 쎄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원매자들과 산은 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도 공개입찰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경우 공개입찰보다 박 전 회장 측에는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공개입찰은 그 특성상 경쟁이 격화될수록 인수 가격이 오른다. 반면 딜이 무산될 우려도 높아진다. 외국계 PEF 등이 난립할 경우 대주주 적정성 등의 이유로 딜이 막판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산은이 확실한 원매자를 선정하고, 딜을 안정적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미리 매각 방식을 설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은은 또 딜이 무산됐을 경우에 대한 안전장치도 확실히 했다. 산은은 "매각 무산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확보 등"의 내용을 확약했다. 산은이 주도권을 쥐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끝까지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권리도 산은이 가져오도록 설계했다. 이는 지난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산은이 겪었던 고초에서의 학습효과가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당시 금호타이어 주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박 전 회장에게 끌려다녔다. 그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박 전 회장이 가지고 있던 우선매수청구권과 '금호' 상표권 이었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이 두가지 무기를 가지고 산은을 압박했고, 금호타이어 딜은 우선협상자를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발됐다. 다시 딜이 완료되는 데는 1년여가 걸렸다.

이처럼 금호고속에 대한 1300억원 지원을 빌미로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채웠다. 이 과정에서 매각의 주도권도 산은으로 넘어왔다. 이에 따라 향후 금호산업 및 박 전 회장을 대신해 산은이 원매자들과의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매자 선정, 매각가 협상 등 과정도 산은의 입김이 세질 것으로 보이다. 사실상 이번 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들고 있는 금호산업이 매각의 주도권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은 여러 번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아시아나항공 딜에서 여러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모두 제거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며 "금호고속에 대한 1300억원 지원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딜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지고 온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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