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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의 위엄…크래프톤 영업 창출현금 연 2800억 [데카콘 넘보는 유니콘]①자회사 펍지 기여도 93%, 매출 1조 클럽도 가입

박창현 기자공개 2019-04-26 08:09:15

[편집자주]

유니콘 기업은 새로운 산업 시대를 여는 첨병들이다. 벤처기업에서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신영역을 개척하고 기존에 없었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또한 유니콘 기업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며 자본이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벤처 생태계의 성장동력이 된 유니콘들은 다시 새로운 도전 앞에 놓여있다. 데스밸리에서 살아남아 데카콘으로 진화해야만 한다. 유니콘의 성장 원천과 강점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더 나아가 데카콘 도약 가능성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5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산업은 한 때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추앙 받았다. 핸드폰 등 스마트기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린데다 소위 대박 게임들이 덩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금융 투자사들이 앞다투어 벤처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호시절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경쟁이 심화된데다 대형 게임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신생기업들이 발디딜 곳이 없었다. 레드오션으로 변한 게임시장에 2017년부터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크래프톤(옛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그 주인공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전략시뮬레이션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주도하던 게임업계 지형을 완전히 바꿨다. '죽음의 계곡'을 지난 이름없는 전사는 이제 본격적으로 과실을 향유하는 꽃길로 접어들었다. 손익계산서와 재무제표의 숫자들이 과실의 크기와 당도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크래프톤은 2007년 게임업계 거물인 장병규 의장과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설립됐다. 네오위즈 신화를 쓴 장 의장과 국내 최고 게임 리니지 개발 주역인 박 실장 조합은 업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당시 리니지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와의 영업비밀 유출 소송으로 인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 케이넷투자파트너스를 주축으로 벤처캐피탈(VC)들이 소송 리스크를 기꺼이 떠안고 투자를 단행했다. 창업자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컨텐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였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첫 작품이 MMORPG '테라'였다. 출시 초기 큰 인기를 끌었지만 곧 경쟁 게임에 밀려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특히 글로벌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 확실한 사업 파트너를 잡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VC들이 추가 자금 출자에 나섰지만 누적되는 적자 탓에 점점 한계에 직면했다. 실제 2014년 15억원 수준이었던 순손실 규모가 이듬해 290억원까지 불어났다. 존폐의 기로에서 크래프톤은 전방위적인 M&A(인수합병)을 통해 활로를 찾고자 했다.

이렇게 2015년 인수한 기업이 베틀그라운지 개발사 '펍지(옛 지노게임즈)'였다. 크래프톤은 100% 자회사로 편입된 펍지에 신규 게임 개발 중책을 맡겼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약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감내하면서 게임 개발을 지원했다. 그렇게 2017년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됐고, 크래프톤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다.

크래프톤

2016년까지 연 평균 50억원도 안됐던 영업이익이 2017년 들어 266억원으로 급증했다. 매출액 또한 265억원에서 3103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1위 게임으로 발돋움한 지난해 더 극적인 어닝서프라이즈가 펼쳐졌다. 크래프톤은 작년 한 해 꿈의 숫자인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으로만 무려 3000억원을 벌어들였다.

크래프톤의 실적 개선은 온전히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펍지' 덕분이다. 펍지는 작년 1조 500억원의 매출로 최대 실적을 세웠다. 크래프트 실적의 90% 이상을 펍지가 책임진 셈이다. 수익 기여도는 더 높다. 펍지는 355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영업이익률 33.8%를 찍었다.

탁월한 현금창출력 또한 눈길을 끈다. 작년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만 2800억원에 달했다. 크래프톤은 이미 배틀그라운드 게임 개발을 마쳤기 때문에 추가 비용 지출이 제한적이다. 업데이트나 유지 보수 비용이 사실상 전부다. 영업 활동이 곧바로 현금 창출로 직결되는 사업 구조다. 크래프톤은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을 활용해 작년 7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갚았다. 또 원할한 자금 운용을 위해 현금성 자산 역시 전년보다 2배 더 많은 1238억원을 쌓아둔 상태다.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스팀 얼리엑세스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후 전세계 이용자수가 4억명을 넘어섰다. PC와 콘솔을 포함한 누적 판매량은 5500만 장을 넘어섰고, 모바일 버전은 누적 다운로드 수 2억건을 돌파했다. 아직 서비스를 열지 못한 중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을 경우, 또 한 번의 실적 퀀텀점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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