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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호' 출범…다시 조명 받는 석태수 부회장 [한진그룹 3세 경영 출범]②전문경영인 '최고봉', 그룹 2인자 확고…경영권 분쟁서 최전선 나서

고설봉 기자공개 2019-05-02 14:15:22

[편집자주]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작고로 한진그룹은 지난 3주 동안 그야 말로 '격변기'를 겪었다. KCGI의 공세로 지배구조가 위협받던 속에서 조원태 회장으로 승계는 예고도 준비 과정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한진그룹이 처한 현실은 그만큼 다방면에서 안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진그룹이 지배구조와 경영구도 등 측면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6일 15: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태수 한진그룹 부회장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의 조기 안착을 위해 석 부회장의 역할이 중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그룹 전 계열사를 거치며 전문경영인으로서 쌓아온 경력이 석 부회장의 최대 무기다.

조직 내 각 계열사 사정에 밝고, 전문경영인들과 오너일가 사이에서 오랫동안 가교 역할을 해온 만큼 그룹 내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인물이란 평가다. 조 회장이 그룹을 재정비하고, 지배구조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석 부회장의 역할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경영인 '최고봉'…직급 뛰어넘는 위상 '그룹 2인자'

석태수 부회장
지난해 4월22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하 조 전 회장)은 "대한항공에 대한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 부회장직을 신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석태수 한진칼 사장은 이를 계기로 한진그룹 출범 뒤 최초의 전문경영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진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석 사장은 직접적인 경영보다는 대내외 역할에 충실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너일가를 제외하면 석 부회장은 그룹 내 서열이 가장 높다. 사실상 한진그룹 2인자로 꼽힌다. 지난해 12월31일 현재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12곳에서 부사장 이상 직급에 오른 전문경영인은 총 6명이다. 상무 및 전무급 대표이사로 대상을 넓혀봐도 15명에 그친다. 한진그룹은 그 동안 조 전 회장 및 그 자녀들로 구성된 오너경영 체제가 확고했던 만큼 전문경영인들의 설 자리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석 부회장을 달랐다. 그는 1984년부터 한진그룹에 몸담았다. 대한항공은 물론, 한진해운, ㈜한진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두루 거쳤다. 조 전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던 만큼 전문경영인으로서 입지도 확고했다. 한진해운 옛 임원은 "한진해운을 인수해 온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은 당신이 직접 경영하시고, 한진해운은 석태수 부회장에게 100% 위임할 정도로 믿고 맡겼다"고 말했다.

최대주주이자 그룹 회장인 조 전 회장의 신뢰를 얻은 석 부회장은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에도 직접 참여했다. '오너일가 중심의 폐쇄적 경영 환경'이라는 외부의 지적에도 한진그룹이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석 부회장이다. 앞선 임원은 "전문경영인들 및 직원들을 다독이고,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석 부회장의 역할이 컸고, 조 전 회장과 석 부회장의 관계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넘는 일종의 '파너트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긴밀했다"고 설명했다.

◇KCGI와 분쟁서 '대외활동' 가속…조원태 회장의 조력자로

대한항공 부회장에 올랐지만, 실제 석 부회장은 대한항공 경영 일선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이미 한진해운이 파산한 뒤 한진칼로 자리를 옮긴 석 부회장은 계열사 직접 경영에서는 한 발짝 물러선 상황이었다. 당시는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면에 나서 직접 대한항공 경영에 매진하던 때였다. 조 전 회장도 이 시기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으로 경영일선을 지키고 있었다.

오히려 석 부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 역할에 집중했다. 한진칼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임직원수가 31명이다. 임직원 중 7명이 전무급 이상 임원으로 구성된 말 그대로 '그룹 컨트롤타워'다. 지주회사 고유의 업무인 지주사업, 라이선스업, 경영자문 및 컨설팅 등 외에도 부동산 임대업, 관광사업, 호텔업 등을 관장하는 조직을 석 부회장이 총괄했다. 또 석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이후 경영 쇄신을 발표한 조 전 회장의 뜻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 선진화 방안' 마련 등에 집중하며 대외활동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


석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대외활동에 나선 시기는 지난해 11월부터다. KCGI의 공세가 시작된 뒤 석 부회장은 조 전 회장을 도와 우호세력 확보 및 조직 단속에 나섰다. 특히 올해 초부터 석 부회장의 역할은 더 확대됐다. 조 전 회장이 미국에 체류 중인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에 협력해 본격적으로 KCGI에 맞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지키는 일에 착수했다.

올 1월, 석 부회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강화를 표방한 국민연금(NPS)과의 협상에서도 한진그룹을 대표해 나섰다. 오너일가는 한 발짝 물러서고 전문경영인인 석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굵직한 현안을 직접 풀어내고, 여론을 환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한진그룹 관계자는 "국민연금과의 대화에는 실무진은 배석하지 않았고, 석 부회장과 우 부사장만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후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하면서 석 부회장의 역할도 더 강화됐다. KCGI가 한진그룹 오너일가 외에 석 부회장에 대한 공세를 펼치며 전선을 확대했던 시기였다. 이 때 한진그룹은 한진칼을 중심으로 KCGI와의 분쟁에 대비한 대응 전략을 짜며 주총을 준비했다. 지주회사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조직이 그대로 KCGI와의 분쟁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로 전환됐다. 대한항공, ㈜한진 등 계열사 주총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도 담당했다.

이 시기 석 부회장과 조 회장 간 역할 분담 및 지휘체계도 정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석 부회장 입장에서는 '선대 회장의 복심'에서 '새로운 그룹 리더의 조력자'로 역할에 변경이 생긴 셈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 지주사를 이끌고, 전문경영인과 오너일가 사이의 가교 등 석 부회장의 역할과 권한이 한층 더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조 회장과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그룹 고위 임원은 "석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갖는 의미는 '전문경영인 부회장 이상'이라며, 오랫동안 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조양호 회장을 모셨던 만큼 여러 현안에 밝다"며 "조 회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관계가 아니라 석 부회장의 경륜 등을 인정해 주는 만큼 그룹 경영에 조력자 역할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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