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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 글로벌 도전기]"몸값 격차 실감" 해외로 눈돌리는 투자자③기술 격차에도 국내업체 몸값 ↑…"스타트업·프리IPO 밸류 과도"

필라델피아(미국)=민경문 기자공개 2019-06-13 08: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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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사업은 글로벌 빅파마와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와 수십조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이제 막 신약 1~2개를 도전하는 벤처와 수십개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빅파마를 비교하긴 힘들다. 하지만 한국 바이오 벤처들은 빠른 실행력과 틈새 시장 도전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만난 바이오벤처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바이오 벤처의 현 주소와 글로벌 시장 도전기를 정리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있는데도 국내 바이오 업체에 더 비싼 가격이 매겨지는 건 아이러니다."

2019 BIO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에서 만난 국내 벤처캐피탈 관계자의 말이다. 해외 바이오업체와 투자 논의를 진행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밸류가 얼마나 높게 형성돼 있는지를 실감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산업계 전반의 바이오 쏠림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언젠가부터 돈이 필요한 미국기업이 나스닥(NASDAQ) 대신 코스닥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많게는 미국 현지보다 2~3배 높은 밸류를 인정받다보니 한국 내 펀딩을 선호한다. 반대로 국내 다수의 바이오벤처가 있지만 정작 해외로 매각 사례가 없다는 점도 국내 바이오 벤처의 '비싼 몸값'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VC 관계자는 "거래소가 바이오기업 상장 심사시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걸 선호한다"며 "상장 시점에서 최대주주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시에 일정 이상의 밸류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업가치가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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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바이오 USA 통합한국관 내 1:1 미팅공간 전경

최근에는 해외 바이오업체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바이오업체 간의 1:1 파트너링이 주가 되는 이번 행사에 벤처캐피탈, 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 담당자들이 상당수 눈에 띈 것도 이 때문이다. 몇 년전부터 해외 바이오 투자에 주력하며 상당한 평가이익을 내고 있는 VC들도 생겨났다.

한국투자파트너스만 하더라도 수술용 로봇개발 미국기업 오리스(Auris), 호주 바이오기업 엘라스타젠(Elastagen) 투자로 짭짤한 성과를 올렸다. 존슨앤드존슨(J&J)과 '보톡스'로 유명한 엘러간이 각 업체를 사들인데 따른 결과다. DSC인베스트먼트, 데일리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유망 바이오기업 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물론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고평가를 받는 경우는 상당부분 초기 스타트업이나 프리IPO 단계에 쏠려 있다. 초기 밸류를 높게 받을수는 있지만 국내 시장성 등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가치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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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바이오협회와 코트라가 공동주최한 2019 KOREA BIO-TECH 파트너십 행사 전경

증권사 PI 관계자는 "미국은 다양한 규모의 바이오테크가 혼재하는데 국내는 대부분 소형사인데다 그마저도 공급이 딸리는 편"이라며 "상장 이후 주가나 성장 잠재력 관점에서는 미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 사례로 올해 코스닥 상장한 대장암 조기진단 업체 지노믹트리와 미국의 이그젝트사이언스(ExactScience)가 거론됐다. 각각 한국과 미국의 대장암 조기진단 시장을 대표하는 업체지만 시총만 보면 지노믹트리는 5300억대(코스닥), 이그젝트사이언스는 14조원(나스닥)이 넘는다.

국내 바이오 벤처들은 초기 투자 단계에선 고밸류를 인정 받지만 결국 자본시장에선 몸값 상승에 한계를 겪는다.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실적 등으로 기술력을 검증받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바이오 벤처들은 초기에 낮은 밸류에이션이더라도 기술력이 확인된 뒤엔 기업가치가 훨신 크게 상승할 여력이 있다.

한국 바이오 업체는 바이오USA에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참가자 수를 기록했다. 개별 부스 외 1:1 파트너링에만 참여한 기업과 유관기관, 미디어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일부에서는 K-바이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실제 행사장에는 바이오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상당수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오 빅데이터·R&D 분야에 연간 4조원을 쏟아붇겠다는 당국의 방침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심지어 일부 마이스터 고등학교 학생들도 지방자치 단체 후원으로 행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한국 바이오 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선 단순 참가자 수로 자랑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실력과 밸류에이션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더 뼈아픈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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